'청년과 함께 불교, 생존에서 자존과 공존으로'_by 불교시민사회 네트워크

2020. 12. 3. 15:02동네살이&일상/기고글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에서 2020년 발행된 자료집 '청년과 함께 불교, 생존에서 자존과 공존으로' 중 우동사에 대한 부분을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우리동네사람들

우리동네사람(이하 우동사)들은 불교단체 ‘정토회’에서 만난 청년 6명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고민을 함께 하면서 2011년에 인천 검암동에 시작한 청년들의 공 동체입니다. 2020년 현재에는 50여 명의 청년들이 함께 삶을 나누고 있으며, 다양한 실험을 개인적ㆍ공동체적 차원에서 시도하고 있는 ‘흐름을 타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우리 각자가 우동사를 어떻게 그려나가고 있는지 이야기한 적이 있어 요. 그때 나온 캐치프레이즈가 ‘서로에게 안정된, 실험적인 공동체 룰 루랄라 우동사’였거든요. 앞으로 우동사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형태가 없어요. 그때그때마다 실험하고, 서로에게 안심이 되 는 공동체이자 관계망을 지향하자는 것만 정해져 있는 거죠. 재미 삼 아 ‘100명의 청년이 사는 마을을 만들자’, ‘땅을 사서 우동사 촌을 만 들자’라는 이야기를 해보기도 했었지만, 모든 것들은 과정 속에서 생 겨날 것 같아요.74) 우동사는 흐르고 있고, 그러면서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검암동에 위 치한 아직까지는 청년들의 지역공동체로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공동 주거공간이 확장한다는 의미보다는 ‘우동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그 가치의 실현으로 써 삶의 방식에 동의 혹은 지지하는 청년들이 공동주거지를 중심으로 모이고 이들이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74)
청년들의 자립과 공동체적인 삶 <우리동네사람들>.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 웹진(www.incheonmaeul.org/?p=633)

안심되는 실험공동체, 룰루랄라 우동사(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우동사에는 5채 정도의 집이 있고, 다 합치면 20명 정도 살아요. 주 변에 이웃들이 있어요. 초기에 공동주거를 하다가 다른 집으로 이사 한 사람들도 있고 뜻이 맞는 친구들이 검암으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 고요. 먼 동네로 이사 갔지만 계속 오며 놀러 오고 놀러 가는 만남도 있어요. 모두 포함하면 몇 명이나 되러나. 저도 궁금하네요. (수정, 2020년 인터뷰)
나를 알아가는 삶 연구자, 수정. 「더 이음」(theconnect.or.kr/b/activist_interview/188419).

인터뷰가 이루어진 시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대 100명이라고 그 규모를 이야 기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가 진행되던 시기에는 공동주거하고 있는 공동 체 식구들은 25명 정도였고, 주변에서 공동체의 삶을 함께 나누고 있는 사람들은 50 여 명 정도 됩니다. 

귀촌을 위한 우연한 시작

2011년 봄 귀촌을 고민하던 여섯 명의 청년들이 한 달에 하루 모여 뜻을 모으는 이 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더 깊은 논의를 위해 일주일 동안 합숙에 들어갔 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그 일주일이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이들은 각자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삶에 대한 불안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생태적ㆍ평화적인 삶에 대한 동경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2년 동안 준비하 고 귀촌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우선은 함께 사는 연습을 합니다. 저렴하면서도 쾌 적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 현재의 인천 서구 검암동을 선택하였습니다.

우동사를 시작한 초기 청년들은 ‘정토회’와 인연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때 공부했던 더불어 사는 삶, 생태적인 삶, 자급자족 삶에 대한 공부를 우동사에서도 이 어갔습니다. 공동주거를 시작하면서 귀촌과 공동체에 관련된 열 가지 키워드(협동조 합, 대안경제, 교육, 식량 자립, 에너지 자립, 의료조합 및 대안의료 등)를 함께 공부 하는 ‘우리마을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식구들 뿐 아니라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 께 공부했습니다. 독서모임이 끝날 즈음 함께 모여 이야기와 생각을 나눌 공간의 필 요성을 느끼고 협동조합 형식의 ‘카페 50’을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 근처에 만들었습 니다. 이 카페 외에도 ‘청년 일자리허브’의 창문카페‘도 운영하였습니다. 6~8명이 시 간을 나누어 일자리를 나누는 실험도 하였습니다.
청년들의 자립과 공동체적인 삶 <우리동네사람들>,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 웹진(www.incheonmaeul.org/?p=633). 

 

안온한 삶과 대안적 삶의 선택

우동사 식구들은 초기 귀촌을 꿈꾸며 모였고 강화도에서 1시간 배를 타고 들어가는 볼음도에서 농사도 짓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귀촌 혹은 귀농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 다. 귀촌을 위해 찾았던 볼음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오히려 귀촌에 관한 생각/지향 이 변화하였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보다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농촌에서의 삶’이기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안온한 삶의 실현이었습니다. 이 안온한 삶은 대안적 삶의 실천으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위치한 우동사에서 공동주거를 하는 모든 청년이 대안적 삶을 선택하지는 않 습니다. 사회에서 표준적이라고 인정되는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며 소위 ‘표준적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동사에는 그러한 표준적 삶의 방식이 아닌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공동주거를 시작한 이후 생활비(또는 생계비) 마련을 위한 일자리 대신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자발적으로 소위 ‘백 수’(혹은 반백수)를 선택한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일자리 방식은 다양합니다. 일부 는 디자이너, 목수, 비영리단체 활동가, 정당 활동가, 소설가 등 본인이 하고 싶은 일 을 프리랜서의 형식으로 하면서 살아가기도 하고, 일부는 생활비를 목적으로 하는 일 자리에 2~3일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은 공동체 혹은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구성원 도 있습니다. 볼음도에서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는 구성원도 있습니다. 어떤 구성원은 공동체의 유지와 성장을 자신의 업으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직장을 그만두게 되는 건. 그냥 그렇게 생긴 흐름인 거고. 직장을 그 만두는 게 목적은 아닌 것 같은데. 쓸데없는 데 썼던 에너지구나 싶 으면, 이제 그만두게 되는 것 같은데. 또 필요한 사람이면 그냥 직장 다닐 수도 있고. 저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일해서 저금은 하고 싶다 이래서 이 정도 일하고 있고. 꼭 그만두고 온다. 이게 특징은 아닌 것 같은데. 주체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어쨌든 저는 우동사가 약간 불안해서 뭘 못 놓다가. 여기서 약간 보통 인간관계에서는 일반 적 사회에서는 너, 뭐해? 뭐! 백수야! 이러면 되게 주눅 위축된다거 나. 여기서는 어쨌든 뭘 하는지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사람’을 봐준단 말이에요. 직장을 그만두면 그래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만뒀 겠지. 하고 되게 유연하게. 이런 분위기 속에 있으니까 이 사람들이 좀 편안해지면서 자기 삶을 다시 돌아보려는 에너지를 좀 더 쓰게 되 고. 그런 비빌 구석이 돼 주는 게 아닐까. 일단 그런 게 제일 큰 거 같은데. 그럼 이제 일단 절대 못 놓을 것 같은 걸 좀 놔 보기도 하 - 104 - 고.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살기도 하는구나. 보기도 하고. 이런 코스 같은 거 참여하면 정말 난 어떤 삶을 바라는 거였던 걸까 를 좀 다시 돌아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제 진짜 어떻게 살아볼까를 이제 더 모색해보고 싶은. 정도. 일단 시작. (숙곰)

이처럼 다양한 삶의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공동체에서의 삶이 주는 안정감 때문입니 다. 우동사 식구들은 함께 사는 건 어떤 ‘안전망’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지 금은 일본 애즈원 커뮤니티에 정착한 진순은 2014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 서 "앞으로의 삶을 함께 작당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이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77)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탐구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함께 사는 것’ 그 자체가 안정감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우동사 식구들도 언급했듯이 분별심은 여전하였고 갈등도 존재 하였습니다.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동사는 어떻게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었고, 그 안전망은 무엇은 제공하고 있을까요? 프로젝트를 위해 살펴본 우동사에서 3가지 의 안정감/안정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관계의 안전망’과 ‘생활의 안전망’, ‘운영 의 안전망’이었습니다.

관계의 안전망 : 성찰과 탁마의 구체적인 방법론

‘관계’는 우동사에서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우동사는 공동체 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 람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은 문제의 난이도, 성격 등과 무관하게 ‘품이 많이 드 는 일’입니다.78) (생활비가 3분의 1로... ‘우리동네’ 대박났다. ≪오마이뉴스≫ 2014년 10월 17일)그래서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좋은 것,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거 하고의 차이를 함께 이야기를 해가는 데 있어서 되게 어려움이 있었 던 것 같아요. (용자, 우동사 티스토리)

공동체 초기에는 정토회에서 체험했던 ‘마음 나누기’ 방식을 활용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의 한계를 확인하고,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고민하였습니다. 그래서 외부기관의 집단 심리상담 애니어그램(enneagram) 등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 다. 그런 와중에서 귀촌 대상지를 답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애즈원 네트워크 스즈 카 커뮤니티’(이하 스즈카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고, 세미나에도 참석하게 되었습니 다.

주변에 공동주거지가 하나둘 늘어나고, 사람도 늘었다. 그러면서 처 음엔 무리 없이 함께 해왔던 일들이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한정된 방 식이었다는(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 이 나에게는 점점 분명해졌다. (진순, 「무엇을 하려고 하는 인생인가 」)

이 글을 쓰던 당시 진순은 스즈카 커뮤니티에서 유학 중이었고, 지금은 그곳에 정착 했습니다. 처음 스즈카 커뮤니티의 세미나에 참석하고 ‘대단히 강력하지만 아주 조용 하고 자연스러운 힘’을 느꼈던 진순은 이후 우동사 친구들과 다시 한국에서 열린 애 즈원 세미나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동사의 많은 식구들이 스즈카 커뮤니티의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고, 배우고 연구하고 실제 공동체살이에 적용하였습니다. 불교 공부(정토회 경전반 등)를 하면서 이론적으로 정리되는 것을 넘어서 일상생활에서 그러한 지향과 방향성을 생활에 적용하고 마음을 살피는 것에, 즉 이론을 넘어서 삶 에서 실천되고 구현하는 것에서 스즈카 커뮤니티의 방법론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동사 식구들은 스즈카 커뮤니티와 교류를 지속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접하고, 자체적으로 책을 같이 읽거나 자체 모임을 진행하는 등 정기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는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식구들도 있습니다.

( 참조 :우동사에서는 스즈카 커뮤니티의 ‘사이엔즈 메소드’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이고, '인간답게'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제로베이스에서 알아간다고 합니다. 스스로가 생각 의 벽을 만들어 괴로워지고 자유롭지 못하게 됨을 알고 실제를 탐구합니다. 본질과 이상을 실 현하기 위해 일상에 적용합니다. 생활에서 갖가지 반응을 관찰하면서 어떤 게 생각이고 어떤 게 사실인지를 구분하면서, 본래 나다운 삶은 어떤 것인지를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

얼마 전에는 스즈카 커뮤니티에서 경험한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소통학교」를 열었습니다. 현재에는 우동사에서 함께 살면서 해왔던 경험과 애즈원 커뮤니티에서 배우고 연구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소통학교 2020: 마음이 채워지는 슬기로운 탐구생활」을 운영하고 있다.

와이프 이름이 ○○인데. ○○가 애즈원 커뮤니티에서 하는 프로그램 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그걸 받고 거기 관심 가지게 되면서. [저는] 처음에는 그렇게 관심 많이 없었거든요. 없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한 번 두 번 좀 해보기도 하고. 먼저 이제 일본 스즈카에 가 서 이렇게 생활해보기도 하면서. 저도… 지내보고 싶어서, 가서 지내 보면서 전에 관념적으로 알고 있던 부분들이 조금 더 체득되는 느낌 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불교에서 얘기하는 공(空)이라든지. 아니면 모든 존재가 다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그런. 어떻게 보면 되게 ‘그냥 당연한 얘기지’라든지. ‘그런 거 아니야’라는 게. 실제 일상에서나 구 체적인 삶 속에서 그런 것을 내가 어떻게 다 보고 있는지든지. 조금 더 체득되면서 아~, 이런 걸 사람들하고 더해보고 싶다. 이후에 한국 에서 ‘애즈원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나 이런 것 좀 해보려고 지금 준비하고 있고. (재원)

소통학교는 우동사와 스즈카 커뮤니티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곳입니다. 일상 에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통이나 대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곳보다는 편하게 꺼내어 이야기하는 곳입니다. 참가 자격에 제한이 있 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우동사를 알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매달 1박 2일 프로그램과 하루 프로그램을 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공고 를 내면 하루 이틀에 참가자 모집이 완료될 만큼 반응이 꽤 좋다고 합니다. 우동사에 서는 <소통학교>를 통해서 스스로 갈등을 해소한 경험을 가진 활동가들을 양성하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소통학교 2020> 마음이 채워지는 슬기로운 탐구생활 

우동사는 ‘활동을 위한 관계맺기’가 아니라 ‘관계를 바탕으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동 체’를 지양하고 있습니다. 우동사 식구들은 관계의 핵심을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러 한 관점에서 관계는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상태와 서로 대화할 수 없는 상태로 구분 됩니다. 서로 대화할 수 없는 상태는 상대를 들을 수 없는 상태, 자신의 것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향한 관심이 무언인가에 의해 방해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동사에서는 이러한 상태/상황에 있을 때 그 원인을 밝히고 해소해가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핵심은 ‘불교적인 요소’ 즉, 공과 무아, 무상 등과 같 은 붓다의 가르침입니다. 이 가르침이 자기 삶 속에서 체화되어 생활이 더 편안해지 고 행복해지면 자기 인생을 다시 설계할 수 있게 된다고 여기며, 그런 장을 지향합니다. 

우동사 동네에는 마음을 살피려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구성원 대 부분이 정토회 경험이 있거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지인들을 두고 있다는 배경 때 문인지, 우동사 식구 대부분은 관계와 마음을 주제로 하는 성찰과 탁마를 위한 프로 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싶어 합니다. 주변에 같이 사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측면도 있습니다.

생활의 안전망 : 일자리가 아닌 의미 찾기

우동사가 처음 사회에 알려졌을 때,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유는 적은 생활비(대 략 70만원) 때문이었습니다. 언론에는 우동사 청년들이 월 100만 원 이하로 생활한 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들을 취재한 오마이뉴스의 기사 제목은 「생활비가 3분의 1로... ‘우리동네’ 대박났다」(2014년 10월 17일)였습니다. 이는 사실이고 지금 이들은 월 100만 원 이하로 살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3인 가족도 있습니다. 이 가족도 월 150만 원 이하의 생활비로 살고 있었습니다.

생활비가 줄어든 이유는 모여서 함께 살았기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의도하지 않았지 만, 소비가 줄어들었고,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 110 - 있습니다. 생활비가 줄어들면서 직장을 그만두는 우동사 식구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 다. 지금 당장의 생활을 위해, 미래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일을 해야 하고 필요자 금을 마련해놓아야 한다는 부담과 불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일을 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의 삶을 그리고 미래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안정감을 이 들은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생계비를 버는 일을 포기하니 의외의 결과 가 발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없던 시간이 생기고 심심하고 불안한 마음도 생기고,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돈을 버는 방식이 기존과는 달라졌습니다. 하고 싶은 것,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직장을 그만두어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결심 하는 사람이 또 생기게 됩니다. 소위 정상생애과정, 표준적 삶의 방식을 그만둔 사람 으로 인해 활동이 넓어지면 또 사람들이 정상생애과정(표준적 삶의 방식)을 그만두게 됩니다. 이를 우동사에서는 ‘안정적인 선순환’ 구조’라고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활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은 ‘독점과 배제에 기초한 소유의 생활’이 아니라 ‘공유에 기초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모든 것을 완전하게 공유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목표도 아닙니다. 다만 처음 공동주거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들은 ‘소유와 공유’가 함께 하는 삶의 방식을 기획하였고 이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몸에 밴 사고방식을 스스로 극복하는 데에는 시 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이야기했고 워크숍에서 이 문제를 다루 기도 했습니다.

나는 가난하지만, 우리는 부자다.

무언가를 한 사람이 독점하고 다른 사람을 배제하는 소유의 형태는 한 사람을 제외 한 모두를 가난하게 하지만, 모두가 그 무언가를 함께 나누는 공유는 모두를 풍요롭 게 합니다. 문제는 무언가를 함께 나눈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감정을 상하기도 하 고 생각이 부딪치기도 합니다. 다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관계에서의 안정감’이 필요합니다.

운영의 안전망 : 고정하지 않고 흐름에 맡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우동사에서는 공동생활을 위한 규칙을 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우동사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에서 정훈은 ‘규 칙이 없다’라는 상태를 ‘공동체살이’를 하면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수많은 문제들과 그에 따른 마음의 상태를 공부의 주제로 삼고, 공부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러한 부분 들을 해소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규칙’을 제정하 면, 그 내용을 고집하고 그 규칙의 내용을 잘 아는 누군가는 그 규칙이 정한 내용을 주장하거나 그걸 지키지 않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비난하기도 합니다. 우동사에서는 ‘규칙을 제정하지 않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그와 유사한 모든 상황과 그때의 마음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역시 쉽지 않습니다. ‘규칙’에 의지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 는 일이지만, 우동사 식구들은 다른 길을 선택하였고 아직까지 이 길을 걷고 있습니 다. 다행히 ‘그런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가능합니다.

모여 살면서 구성원들에게 정말로 좋은 게 어떤 걸까? 이 관점에서 생활에서 부딪히 는 모든 문제를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고 확인합니다. 그래서 우동사에서는 운영에 관 한 규칙이 없습니다. 그리고 쉽게 변경됩니다.

최근에는 전체…. 밥상모임은 집집마다 자율적으로 하기도하고 안 하 기도 하고. 최근에 전체 운영에 관련된 내용을 고민하는 운영팀이 있 었어요. 그랬다가 지금은 또 그만뒀어요. 일단 지난주에 회의하면서 일단 그것부터 일단 스톱하고, 다음 흐름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고 있는데. 변화가 계속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때그때 참여하는 사람들 의 관심사나 상태에 따라서…. ‘끝까지 한다’ 그런 것이 아니라, 계속 새로운 형태로. 자발성이라는 것이, 저희도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 하니까요. 그렇게 하고. 누가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뭐 해보자. 이렇게 제안한다거나. 그렇게 계속 모여서 그 뭔가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죠. ‘하기로 한 거 유지한다.’ 쪽보다는 계속 리프레쉬 되는 방 식으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어떻게 흘러갈지도. 사실 저 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나름의 이제 밑을 흐르는 큰 물결은 있는 것 같아요. (정훈)

공동체 초기에는 ‘밥상모임’이 있었습니다. 함께 살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 앞으 로의 삶의 방향이나 귀촌에 대한 계획을 등의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매주 월요일에 한 번씩 식사를 함께하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로 ‘요즘 각자 어떻게 사는지’, ‘우 리 생활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였다고 합니다. 한때는 한 식구 라는 유대감과 애정,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였고,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모임 이었습니다. 지금(2020)은 더 이상 공동체 구성원 전부가 모이는 밥상모임은 없습니 다. 공동주거하는 건물도 늘었고 구성원도 그만큼 늘어서 더 이상 모든 구성원이 한 꺼번에 모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건물별로 아직도 밥상모임 을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것도 역시 규칙이 없습니다. ‘소리통회의’라는 이름의 모임도 있었습니다. 2014년 공동주거하는 가구가 3가구로 늘고 20명(식구 16명, 게 스트 4명) 함께 살던 시절에 운영되었던 모임입니다. 소리통은 소식을 전달하는 이들 을 부르는 명칭이었고, 소리통들은 1주일에 한 차례 모여 가구별 안건에 대해 회의하 고 결정된 내용을 식구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전체 식구가 모는 밥상모 임이 어려워지자 소통을 위해 실험된 모임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2020년 현재에 는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체 운영팀도 있었습니다. 우동사의 전체 운영과 방향 을 모색하던 모임이었습니다. 역시 얼마 전 중단하였습니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행하고 있는 ‘반상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동사 포럼(2017년) (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더나은미래)

 공동주거에서 필수적인 ‘비용’ 관련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생활에 필요한 식비와 공과금 등 공동생활비용과 이자비용은 구성원들이 분담합니다. 이를 주민세/집세라고 한다면, 이 금액들을 부담하는 방식은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일정한 금액을 동일하게 분담한 시기도 있었고, 각자의 소득과 여건을 반영 하여 공동체 구성원이 각자 다른 금액을 분담하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 들이 주민세/집세로 다른 금액을 부담하는 시기에도 ‘구성원들 각 개인소득의 10% 수준으로 하되, 직장이 없더라도 최소 10만 원은 납부하고, 월 급여가 200만 원이 넘어도 상한선을 두어 최고 20만 원까지만 납부’하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구성원 간 에 부담하는 주민세/집세의 차이는 있지만 이로 인한 불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 다. 각자의 형편에 대한 이해가 있고 가족 같은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다면 문제 될 게 없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박재현(2018). 현대사회와 불교 기반 대안공동체 운동 사례. 불교와 사회 10권 2호. 173쪽)

우동사에서는 공동생활을 위한 ‘의무’는 없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 공식적인 의무는 없습니다. 공동체 차원에서 관습적ㆍ관행적으로 요구되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는 각자에게 그러한 규칙이나 의무들이 있습 니다. 이 개인의 규칙과 의무는 각자의 삶을 규율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관계에서 갈등을 발생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동사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꺼내 놓고 이야기합니다. 공동체와 관련된 일들은 여럿이 모여 검토합니다. 반복해 언급하 고 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스즈카 커뮤니티의 다양한 방법론들이 활 용되고 있습니다.

우동사에는 규칙뿐 아니라 우동사의 경계와 정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흐름에 따라 시기에 따라 ‘우동사’라는 공동체에 포함되는 사람들과 우동사라는 공동체가 담는 범 위도 달라집니다. 우동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애써 고정하고 않고 경계 짓지 않습니 다. 그때그때 우동사라는 공동체에 모여 사는 식구들이 생각하는 우동사가 바로 우동 사라는 여깁니다.

이것도 좀 흐름이 있는데요. 우동사 초창기 3년은 집이 3채가 늘면서 18명이 같이 산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우동사가 자연스럽게 셰어하 우스 개념이었구요. 펍이 생기고 나서는 동네 주민들이 친해지면 사 람들이 막 생기니까 그 사람들도 스스로 나도 우동사 멤버다. 이렇게 얘기하는 기간들이 또 있었어요. 근데 펍도 이제 없어지기도 했고. 접점이 약간 또 약간 희석된달까? 좀 변화되고 이러면서 우동사라는 표현이 모호해지는 또 시기도 한동안 있다가. 근래 들어서는 다시 한 건물 안에서 셰어하우스를 하게 되면서 셰어하우스를 같이 하는 사람 들이 우동사다라는 이미지가 최근에도 좀 생겨 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근데 실제 그런 게 우동사다. 이렇게 정의 내리는 건 전혀 없는데, 사람들 인식 속에서 여러 가지가 생겨나는 거 같고요. (정훈)
‘우동사’라는 공동체에 대해서 이렇다 정의내리는 것보다는, 이미 관 계를 맺은 사람들의 관계망 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 115 - 서 같이 살지 않더라도 우동사 전반에, 소통학교 프로그램이라든지,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지금 어떤 형태로 지내고 있는지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하는 것은 재원이 핵심 역할을 하면서 하고 있거든요. 우동사 멤버다, 아니다 이렇게 구분하는 것도 약간 좀 낯설다 할까 요. 또 조만간 변하게 될 것 같구요. (정훈)

우동사 초기 구성원들이 ‘정토회’와 인연이 있다는 이유에서 정토회의 가치 혹은 정신을 공동체의 이념으로 삼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 동사는 ‘같이 산다’는 것 외에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가치나 정신, 지향이 없습니다. 초기 구성원 모두 정토회와 인연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거기에서 비롯된 붓다 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토회 가치를 실현한다는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동사는 공동체적인 삶과 사람들 사이의 좋은 관계, 그 에 기초한 사회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함께 살고 관계는 맺어가는 경 험들과 체득이 쌓여 가는 공동체입니다.

운영을 위한 노력 : 소유와 공유, 재정

2020년 현재, 우동사는 공동주거를 하는 다세대 주택 다섯 채와 사무실로 쓰는 한 채의 건물이 있습니다. 여섯 채 모두 우동사가 소유한 것으로, 구입자금의 일부는 협 동조합 방식으로 출자를 통해 마련하였고, 나머지는 은행대출을 활용하였습니다. 출 자자는 우동사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30여 명의 우동사를 지지하는 사람들로 이 루어져 있고, 우동사 연대은행을 통해 출자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연대은행’은 공동체의 이익이나 필요에 의해 목돈이 필요할 때를 운용할 수 있는 여 유자금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각자 운영하는 돈을 연대은행이라는 매개를 통해 한군 데로 모아 관리하고, 개인의 소유는 인정합니다. 공동체와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기 반이 되어 가능했습니다. 내부 복지를 위한 우동사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매달 생활 비에서 남는 비용과 기부금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적립된 기금으로 조합원들에게 무이 자로 대출해주기도 하고, 공동비용으로 쓸 일이 있을 때 사용하는 용도로 활용합니다.(박재현(2018). 앞의 논문. 172쪽.; 진영효(2014). 마을살이, 집살이, 사람살이. 국토연구원. 200~201쪽. ) 문화ㆍ교육ㆍ여가에 필요한 지원도 합니다.

볼음도

우동사 공동체는 귀촌에 대한 꿈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귀촌을 꿈꾸지 않 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그걸 나누는 경험을 하면서, 우동사 식구들은 자신들 이 꿈꾸는 삶은 귀촌, 농촌에서의 삶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 공동체 를 만들고 이를 사회에 보급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급자족하며 생태적인 삶을 사는 것이 귀촌이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시골로 장소를 옮겨서 사는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시골에서 느낄 수 있는 정이랄까? 서로서로 챙겨주는 공동체적인 삶을 어떻게 구현해 낼 수 있을지, 어떻게 자급도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서부터 삶의 방식 을 바꿔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청년들의 자립과 공동체적인 삶 <우리동네사람들>.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 웹진(www.incheonmaeul.org/?p=633)

 이러한 사고/인식의 전환에도 여전히 농사에 대한 바람은 있습니다. 전업 농부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생명에 대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공동체적 삶에서는 그렇습니다. 자급자족이라는 현실적인 목표와 이유에서도 볼음도에서는 여 전히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볼음도에서는 주로 텐트에서 생활하지만 집을 빌려 본부처럼 활용하기도 하고 지역 의 게스트하우스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어느 한 가지로 고정하거나 고집하지 않고 상 황에 따라 조정하고 있습니다. 농사는 쌀농사, 고구마 농사 등을 짓고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확물을 동네에서 먹기도 하고 후원자 또는 지인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공동체 교류

우동사는 다른 공동체들과의 교류에도 관심이 많고 적극적입니다. 성찰과 탁마를 위 한 프로그램에서 도움을 받았던 스즈카 커뮤니티와는 ‘다른 집’으로 생각할 만큼 교 류의 양도 많고 질도 깊습니다. 우동사 식구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6개월까 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다양한 공동체들 연결하는 관계망(네트워크)를 만드는 꿈도 있습니다. 우 동사 내에 유라시아 공부모임이 있고, 답사를 다니면서 일본, 대만, 중국의 만주 등지 에서 활동하는 공동체들을 알게 되었고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들과도 교류하고 있습니다. 우동사도 볼음도에서 5월 한 달 동안 캠프를 개최하였고 이를 동아시아 캠 프로 만들려고 합니다. 답사를 다니면서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초 청하고, 그동안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으로 볼음도 캠프를 진행하였습니다. 공동체들 과의 교류를 통해 국가, 인종, 민족 단위로 사고하는 습관을 벗어나고자 합니다.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섬으로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는 이처럼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 분하고 분리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차별과 다툼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이 유이기도 합니다. 우동사는 동아시아 공동체와의 교류를 통해 이러한 습관과 관행을 극복하려 합니다. 이를 언어도 공부하고 실제 장기적으로 거주하여 생활하기도 하고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체험하고자 합니다. 볼음도 캠프도 그중 하나입니다. 긴 흐름 에서 돌파해 나가고자 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현재(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멈춰 있지만, 다시 시작한다고 합니다.

지역공동체로의 확대와 과제

처음부터 우동사는 공동주거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지금 여기에서 안온한 삶의 실현이었고, 이 목표를 좀 더 확대하고 있습니다. ‘상대를 부정하지 않게 되는 자기 상태와 자기 삶을 어떻게 건강하게 살까 연구하는 장과 함께 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만들어지는 사회(공동체)’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 공동체의 교본으로 우동사 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동사는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가 쌓이고 있습니다. 초기 구성원들은 어느 덧 30대가 되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독립 가족을 구성한 경우도 있습니 다. 아이를 갖는 구성원들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세대 구성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20대 청년들로만 구성된 청년 공동체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지역공동체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동사의 거주형태도 공동주거와 독립거 주로 조금은 다양해졌습니다. 공동주거지에는 20대, 독립거주는 30대가 주로 선택합 니다. 공동주거는 공동체적 삶 혹은 대안적 삶에 관심이 있고 그러한 삶을 시도해 보 고 싶은 20대 초반의 청년이 학교 형식으로 생활하고, 공동체적ㆍ대안적 삶의 경험이 쌓이고 체화된 식구들은 독립된 생활공간에서 관계를 맺으면서 생활하는. 좀 더 넓은 형식의 지역공동체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20대 초반은 그리 많지 않지만, ‘반야스쿨’이라는 이름으로 20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 립거주의 경우도 공동주거지에서 크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합니다.

셰어하우스로서 우동사가 알려져 있는데요. 그것도 이젠 좀 변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동네 마을 커뮤니티로서 우동사라든지. 학교로서의 우동사. 이런 쪽에 힘이 더 실려 가지 않을까 싶어서. 요즘 이야기하 고 있는 것들이 그런 부분들이. 실제로 이렇게 독립해서 지내거나 귀 농귀촌 하고 싶다고 하는 이런 이들이 생긴다거나. 이런 게 있어서 어떻게 앞으로 진화될지 모르겠는데. ‘깃발을 세우고 싶다’하는 것은 어쨌든 자기의 자각을 기반으로 행복해지는 것과, 개인과 사회가 행 복해지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모아 가는 사람들이 결집해서 삶의 방식 을 꾸리고 행동해 나가고 이런 건 좀 해보고 싶은 거거든요. (정훈)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살면서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삶의 양식을 실현할 수 있는, 다 양한 생애주기를 반영한 공동체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공동체적 육아, 의료 모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도시에서 대안적 삶을 실천하는 공동체로서 자리 잡고 모 범이 되고자 하는 기대이기도 합니다. 

라이프 스타일에 계속 관심이 가는 거죠. 그게 그러니까 아프면 어떻 게 이 아픈 걸 치료할까에 관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처럼. 어떻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된다. 이런 것보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떤 아 이인지.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어떻게 그걸 할 건지. 이런 고민들은 다들 가지고 있잖아요. 근데 어떤 방식이 좋을지 어떤 관점으로 이걸 볼 건지는. 평소에 잘 그렇게 준비를 못 하고 맞닥뜨리면 뭔가 하게 되는 경우들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있는 정보를 그냥 쑥 받아들여 서. 그런데 그런 걸 미리 준비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그런 면에서 한 사람이 그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게 아이 에서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어떤 요소들이 있으면 좋을까. 가장 중요 한 건, 이제 관계라고 생각하고. 그런 맥락에서 계속 공부하고 시도 해 보고 있는 거죠. … (중략) … 네. 평생이라고. 세대가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이게 그냥 우리 검암동 커뮤니티에서 그친 다. 이런 느낌보다 어떤 면에서는 전 세계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 게 생활하면 좋겠다는 실현 가능성을 별개로 하고 그런 마음도 있어 요.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정훈)

지역공동체로의 성장과 전환은 우동사 식구들의 자연스러운 나이듦과 성숙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동사에 오랜 기간 생활하고 있는 구성원들은 ‘서로를 연결하고 있는 관계’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동사에서 10년 가까이 지내면서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다들 이제 내공이나 깊이가 좀 쌓여 가는 것 같아요. 전에는 뭘 해서 관계를 유 지한다. 이런 감각이 꽤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이 살면서라든지 이런 활동을 같이하면 좀 친하다거나. 아니면 같이 살아야지 친해질 수 있 다던가. 이렇게 생각했던 거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사람과 의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파악하는 게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 것 이 불안한 요소구나. 이런 것이 좀 더 느껴지면서. 정말, 뭘 하지 않 아도 이렇게 기본적으로 그 사람에 대해서 안심하고 있는 상태라 할 까. 그런 베이스가 있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 제일 기본이 아닐까 하는 것으로 바뀌었던 거 같고. …(중략)… 전에는 각자 다 다르겠지 만 꽤 많은 부분이, 뭘 해서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어떤 불안감이 나 아니면 허전함 같은 것을 좀 채우려고 이제 사람들과 하려고 했던 것도 꽤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나쁘다거나 이제 그런 건 아니지만. 이제 그런 데에서 점점 이제 주거 형태도 따로 살아도 상관없는 마음 에서부터 아까 이야기했던 밑에 흐르는 부분이라는 것이 마음에서부 터 더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데부터 시작하는 경향이 훨 씬 더 커서. 점점 깊어져 가는 것 같아요. 전엔 같이 살아야지 좀 친 하고 아니면 같이 살아야지 뭔가 될 것 같고 이런 것에서. 조금씩 더 각자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좀 더 이렇게 알아가는 과정. (재원)

우동사는 굳이 구분하자면 태동기(胎動期)를 지난 것 같습니다. 또래 친구 6명이 시 작한 공동주거는 이제 50여 명 정도의 지역공동체로 전환ㆍ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 면서 우동사라는 공동체와 더불어 또래 친구 여섯 명도 이제는 ‘청년’에서 ‘장년’이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구성원들이 공동체에 들어올 때 이들은 더이상 똑같은 청년이 아닙니다.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도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공동체 구성원의 관계는 무조건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 만 실상은 그렇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공동체 경험이 다르며, 소통하는 방법 도 다르며, 문제를 인식하는 깊이도 다릅니다. 특정한 영역에서는 ‘격차’가 있습니다. 신입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는 이 격차를 인정하고 공동체 생활에 관해 공부하는 노력 이 요구됩니다. 여러 공동체에서 이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평 등과 공정의 가치를 기계적ㆍ수량적으로 이해합니다. 이러한 이해를 공동체에 그대로 적용하려 합니다. 공동체 생활에서 오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적응하고 배우기보다는, 평등과 공정의 가치를 동원하여 쉽고 편하게 우선은 싸우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 공동체에서 공동체 규약을 만들고, 가치와 규약에 관한 공부와 동의를 요청합니다. 그래도 문제는 발생합니다.

우동사는 공동체 규약이 존재하지 않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성찰과 탁마로 해결해 왔 습니다. 구성원 대부분이 비슷한 또래였고 비슷한 배경과 성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고 오고 감이 빈번해도 다른 공동체에 비해 수월하였습니다. 이제는 한 세 대 아래의 젊은 청년들이 들어오고 이들을 어떻게 맞이할지, 어떻게 공동체 구성원을 함께 할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공동주거 체험 프로그램 도 그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동사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공동체 생활과 소통을 경험을 나누는 학교, 반야스쿨을 11월 개설합니다. 공동주거를 최대 1년간 함께 하면서 겪는 갈등 상황을 재료로 상 대와 자신을 보고 갈등이 일어나는 원리를 파악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삶의 전환을 꿈꾸는 이들에게 소통과 공감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종을 성인 대학으로서 지혜를 익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우동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동사, “주거부터 일까지, 무엇이든 함께하면 삶이 윤택해집니다”. ≪이로운넷 (www.eroun.net)≫ 2020년 10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