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석수 이야기 1 – 우동사에 오기까지, 일본과 대만

2020. 5. 12. 20:14동네살이&일상/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지난 4, 우동사 301호에 석수라는 친구가 새 식구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볼음도 불멍 캠프에 합류하여 5월 한 달은 볼음도에서 지내고 있기도 합니다.

우동사의 식구로 석수를 맞이하며, 석수에 대한 궁금과 반가운 마음으로 대화 겸 인터뷰를 청해보았어요. 다정, 석수, 그리고 같은 301호 식구인 용자가 함께 나눈 대화를 통해 석수가 동네 친구들에게 소개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인터뷰 글을 정리합니다. 5월 초, 볼음도에서 담은 석수와의 이야기입니다.

 

Q 다정 : 우선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마워요. 석수가 새로 우동사에 와서 오며 가며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텐데, 석수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잘 모르니까 소개하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어요. 저도 이 기회에 석수에 대해 더 알고 싶기도 하고. 함께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석수가 사람들에게 소개되면 좋겠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고석수입니다. 수라고도 많이 부르는데요. 대만에서도 좀 살고 일본에서도 좀 살고 중국에서도 좀 살고. 왔다갔다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수는 별명인데. 나무 수자를 써서, 나무같이 살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하게 됐네요.

 

Q 다정 : 이번엔 우동사로 오게 된 배경은?

정훈, 정아, 여민 가족이랑 *일본 미야자키 표주박 시장에서 3, 대만에서 10일 총 한 달 정도 같이 지냈는데, 저 사람들 따라가야겠다는 감이 와서 따라왔습니다. (웃음)

*표주박 시장 : 2019년 겨울 일본 미야자키현 숲에서 열린 <표주박시장 - 동아시아 내 손 사용 캠프>. 새로운 문명은 시장에서 탄생한다는 겐고만의 지론을 가지고 몇 년 동안 캠프 형태의 시장(교류의 장)을 겐고만 가족이 주축이 되어 여러 곳에서 시도하고 있다. 동아시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지혜를 공유하고, 새로운 삶과 경제방식을 모색하는 장이다. 

 

Q 다정 : 따라가야겠다는 감은 어떤 거였어요?

여러 가지 순간순간들이 있었는데요. 일단 제일 큰 건 정훈이 몸을 너무 잘 봐줬어요. 몸 공부를 잘 하고 싶단 생각도 있었고. 그거야 정훈을 보면 되는 일인데, 우동사를 생각하게 된 건, 정훈 정아 여민 가족이 생활하는 모습이 표주박 시장에서 좀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3주 동안 같이 캠핑하면서 생활하는 게 쉬운 환경은 아니잖아요. 처음 가보는 데고 날씨도 춥고 여러 가지가 열악하고. 그래서 그런 환경에서 누군가는 되게 힘들어하고 있거든요. 그걸 발견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도 있고, 그걸 내가 가서 도와주냐 못 도와주냐의 여유까지도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여민 가족이 생활하는 텐트에서 밤마다 회의(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더라고요. 밤마다 회의하면서 자기들끼리 무슨 지하조직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막 챙겨주고 있더라고요. 저도 그 대상 중에 하나였고. 그런 부분들이 되게 신기한 감각이다란 생각을 했어요.

대만에 왔을 때는 더 얘기할 시간이 많았는데요. 자기를 관찰하는 게 중요한 부분인데 다들 많이 놓치잖아요. 아니면 익숙해져서 어느 정도 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퉁치고 가거나, 대충 말하고 웃어넘기는 게 많고. 근데 그런 생활상의 자기 관찰들을 되게 구체적으로 하고 힘 있게 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건 둘이 해서, 셋이 해서 만든 감각은 아닌 거 같고, 우동사라는 곳에서 그런 감각들이 어떻게 잘 만들어졌을까 궁금해져서 감이 왔던 거 같아요. 따라가보자 하고.

[ 대만에서 석수 ,  정아 ,  여민 ]

 

[ 대만에서 정훈, 여민 ]

 

Q 다정 : 저도 표주박 시장 갔을 때, 밤마다 정훈정아네 텐트 가서 나누기하고 거기서 간식 먹고 그랬었어요.(웃음)

그러면 표주박 시장과는 어떤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됐어요?

표주박 시장의 겐고만 가족을 만나게 된 건, 오하요 라는 일본에 사는 한국 친구가 하나 있어요. 그분이 사람을 잘 줍는 사람이에요. 오하요가 저를 주워서 재작년 즈음에 저를 겐고만 가족들과 연결시켜 줬죠.

본격적인 표주박 시장은 작년이었고요, 재작년에는 표주박 시장을 준비하는 캠프를 표주박 시장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한 달 동안 했어요. 겐고만의 집이 있는 쿠마모토 아소산 근처에서. 그러면서 좀 더 깊어지고. 그 캠프가 끝나고 다들 당시 제가 지내고 있던 대만까지 오기도 했어요.

캠프를 하면서 1, 2, 3, 4주마다 흐름이 많이 다르다고 겐고만이 항상 설명하는 게 있는데요. 1주 차는 처음이니까 다들 엄청 열심히 생활하고, 2주차는 그게 과로가 와서 좀 힘들어하고, 3, 4주째에 꽃이 핀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도 그렇게 한 달째 머물러가니까, 뭔가 다름 흐름이라고 해야 하나? 이 한 달 준비 캠프가 끝나면 무엇을 할까 얘기가 계속 나왔어요. 그러다가 대만에 한번 가보자 얘기가 나와서 겐고만 가족들이 대만에도 같이 왔었죠. 거기서도 캠핑을 했죠.

 

[2018  겨울 구마모토 아소산 겐고만 숲캠프  /  표주박 시장을 만드는 방법을 함께한 사람들 ]

 

*아래는 관련한 석수의 블로그 글 중 일부입니다 >출처: blog.naver.com/kaizer5/221430242812

일본, 구마모토 아소산 겐고만 숲캠프 / 표주박 시장을 만드는 방법

2018. 11.22 ~ 12.18 (27)

겐고만은 친구들을 자신의 숲으로 초대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다 같이 찾아보자고.

 

아소산은 우리에게 따뜻한 품을 한 달간 내주었습니다.

전쟁, 지진, 재난의 공간을 바라보는 산. 그리고 피난처가 되어준 숲.

 

신비로운 시간이었습니다.

갓 태어난 어린 아이를 보는 마음. 재난 속에서도 강하게 태어난 생명력.

 

숲에서는 새로운 관계, 문화, 경제, 생태가 나날히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自正, 우리의 마음은 스스로 바른 길을 찾아갔고

自化, 우리는 스스로 자기 자신의 선물을 일깨웠고

自福, 우리는 스스로 풍요로운 경제를 찾아갔고

自樸, 우리는 스스로 소박한 생활에 행복했습니다

[ 2019 표주박 시장]

 

Q 다정 : 대만 난좡에서 오래 지낸 걸로 알고 있는데, 소개 한다면?

검암이 동네 이름인 것처럼, 동네 이름이 난좡이구요. 저희가 쓰는 정식 명칭은 <사이좋은 난좡 스튜디오>에요. 시골에 있고 농사도 하는데, 농사를 지어서 생계를 유지하는 건 아니구요. 우동사에 볼음도라는 공간이 있듯이, 저희는 산이 있어요. 삼나무 숲이 있고, 밭이랑 논이 합쳐서 1500평 정도 있고. 함께 지내는 친구가 거기 지역 토박이여서 친구의 종갓집이 하나 있어요. 이렇게 베이스캠프가 되어서, 20~30대 친구들이 모여서 같이 시골에서 잘 사는 방법을 나름 연습하고 있는 곳입니다.

Q 다정 : 난좡 커뮤니티에는 어떻게 가게 되었고, 어떻게 지냈어요?

거기에 가게 된 건, 4년 전쯤인 것 같은데. 4년 전쯤 계속 동아시아를 돌고 있었어요. 그때 한국 야마기시 실현지 화성 산안마을에 갔다가 거기서 특별 강습 연찬회라는 프로그램을 듣고, 아 그렇게 살아봐야겠다 결심을 한 상태에서 친구의 친구 소개를 받아서 대만 난좡 동네에 가게 되었어요. 그때 그 동네 친구들도 일본에 있는 야마기시에 다녀온 지 2~3달밖에 안 됐더라구요. 서로 영감을 받은 공통된 부분이 많이 있어서, 되게 재밌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해서 같이 살아보게 되었어요.

거기서 주로 생활하는 건, 아침에 일어나서 밥 해 먹고 밭이나 논에 가서 일하고 다시 와서 밥 해먹고 청소하고 다시 일하고. 강아지하고 고양이도 많이 있어서, 동물들이랑도 지내고. 그러다 가끔 캠프도 하고 이벤트도 열기도 하고. 수영도 같이 가고 농구도 하고. 놀고먹고 그렇게 지냈죠.

 

*아래는 관련한 석수의 블로그 글 중 일부입니다 >출처: blog.naver.com/kaizer5/221729850009

關於友善南庄工作室

사이좋은 난좡 스튜디오

젊은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대만 북서부 난좡이라는 곳에서 심플라이프(簡單生活)를 시도하고 있지요. 저희는 농촌에서 어떤 연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요. 자연과 더불어 가는 농사, 자급자족의 생활. 이런 것들을요. 또한, 이 곳에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평등, 자유, 돌봄, 이해가 있는 작은 사회를 꿈꿉니다.

물론 어떤 목표나 이상, 또는 비전을 꿈꿀 수도 있겠지만요. 그보다는 그때 그 순간에 하고 싶은 그 마음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제대로 응답하는 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요. 지난 몇 년간 저희의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경제적인 수입도 그때의 리듬을 타고 천천히 생겨났습니다.

저희 스튜디오의 또 다른 특징은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거에요. 덕분에 어떤 친구들은 첫 계획보다 좀 더 머무르기 시작했습니다. 자급자족과 함께 이 공간의 자원을 나누면서, 한 사람 한사람이 비용과 지출을 줄일 수 있었지요. 또 돈을 벌러가는 시간을 절약했고, 그 시간으로 자신의 마음을 탐색하고, 또한 간단한 생활에서 어떤 원시적 행복감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생활"을 통해, 하나의 사회혁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발 아래, 이 마음 아래, 태양이 뜨고 지는 하루하루 속에서, 우리가 꿈꾸는 이상 세계가 점점 살아나기를 바래요

그리고, 이런 하루하루가 가장 따뜻하고, 가장 굳세고 맹렬한 혁명이라고 믿어요!

 

>2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