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용자 이야기 1 - 어떻게 살면 좋을까, 같이 산다는 어떤 걸까?

2020. 6. 1. 18:17동네살이&일상/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알뜰폰 요정, IT 요정, 우율이 삼촌, (병)아리 엄마, 주짓수...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용자는 꽤 오랜 시간 우동사에서 함께 지낸 멤버입니다용자하면 여러 가지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사람들한테 전해 들은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정말 용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지난 2~3월 전체적으로 집 조정하는 기간과 반상회를 겪으면서, 거칠고 딱딱하게만 보였던 용자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던 순간이 저에겐 있었습니다. 그 순간이 용자 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라는 물음과 용자라는 사람을 좀 더 들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져 용자에게 말을 걸어보았는데요. 그 마음에 응해준 용자와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읽다 보면 용자의 목소리가 들릴지도 몰라요^^

 

Q : 시작하기 전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지난번에 석수 인터뷰하면서 저는 정말 재밌었거든요. 인터뷰 할 때, 녹취 풀면서, 글로 정리하면서 느낌이 다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도 되게 좋은 경험이었고, 사람들한테 전달하는 기쁨도 있었어요.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는 제 안의 시간도 좋았고요.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듣고 싶다는 바람에서 석수 인터뷰를 시작으로 진선과 인터뷰팀을 만들어서 하고 있어요. 서로 이야기하면서 하고 있는데, 제가 다시 볼음도 들어가기도 하니까 용자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하는 얘기가 나왔어요. 제가 그동안 301호 은정, 용자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걸 진선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자리가 마련이 됐네요. 용자 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라는 궁금으로 왔어요. 그냥 편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런 맥락으로 인터뷰를 제안했는데 용자는 인터뷰 제안받고 어땠어요?

뭘까? 어떤 맥락이지? 이런 것도 있고 배경이 좀 궁금했던 거 같아요. 한편으론 인터뷰해보고 싶었어요. 평소에 나도 꽤 다른 사람 이야기는 많이 듣는데 나는 나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런 포인트에서는 절대적인 양 차이가 거의 10배 이상 나는 거 같더라고요.

 

Q : 평소에 누가 말 걸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어요?

뭐 말 걸어 주면 좋다거나 아니면 애즈원 모임이든 밥상모임이든 있으면 좋겠다는 건 있었어요. 모임 자체보다는 안정감 있게 듣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느낌인 거 같고. 대화 자체보다는 깊이 있는 대화 쪽을 좀 더 선호하는 느낌.

 

Q :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해 온 질문들도 있어서 해 볼게요.(웃음) 우선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마워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이름은 이용수고요. 우동사에서 불리는 이름은 용자로 정했어요. 용자 뜻은 당시 엘리시움 두 번째 멤버들이 용자가 소문으로 듣기에는 좀 강한 느낌이 있는데 막상 만나 보니까 여성스럽더라 그래서 용자가 어떨까 뭐 이런 이야기가 나와서. 처음엔 용수옹 이런 걸 하다가 좀 촌스럽다 해서 용자로 됐어요. 백수로 지낸지 약 2년째 되어가고 있고, 인터뷰 장소를 기준으로는 볼음도에서 3주 정도 지내고 있고요. 우동사에는 2014년 겨울부터 살았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중간에 11개월은 원룸에서 혼자 살고, 그다음에 지금 301호에 다시 들어가서 2년 좀 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 최근 좀 더 구체적인 근황은요?

재작년 11월부터 주짓수를 하고 있어요. 대회 나가는 체중 70kg에 맞춰 67kg까지 뺀 다음에 대회 나가고, 우승도 해보고, 입상도 해보고. 동네에서는 유튜브를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지냈는데 실상 잘 안 되는 게 어떤 걸까? 그런 것도 있고.

일본 애즈원 커뮤니티에 다녀오고 나서, 긴장하지 않고 내가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해보면 어떨까? 이런 게 있어요. 지금 볼음도에서 지내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있는데. 그렇게 온전히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거나, 긴장없이 사는 경험들을 베이스로 생각해서 사는 것하고 내가 기존에 살아왔던 맥락으로 사는 것 하고는 좀 다르겠구나 이런 생각이 요즘 있어요.

중간에 병원 가고, 친구를 볼음도로 데려온다고 한 이틀 섬 밖으로 나가 있었는데 꽤 반응이 일렁였던 지점이 있었어요. 요즘 새에 관심이 생겨서 밥을 주는데, 집에 유통기한이 며칠 지난 식빵이 세 조각이 있길래 집 앞 창고 지붕에다가 던져주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너무 많이 주는 거 아니야!”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듣고 꽤 반응이 긴장하는 느낌으로 탁 들고서, 아 우동사에서 이런 감각으로 지냈구나 그런 게 다시 느껴졌던 거 같아요. 조심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낄까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마음껏 이야기하는 거를 충분히 못 하고 지냈구나. 여기서는 내가 닭 모이를 이렇게 주든 저렇게 주든 신경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고 저에게 내맡기고 있는 편인데. 그래서 너무 많은 거 아니냐고 한 사람한테 너무 많은 건 당신 마음에 있는 거예요.”라고 얘기하면서 문을 닫았는데 이런 장면들이 우동사에 지내면서 꽤 있었구나 싶었어요.

석수하고 얘기하면서도 돌아봐졌던 거 같아요. 석수한테 우동사 계속 사는 거 어때? 301호 계속 지내는 거 어때?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석수가 도시 생활은 잠이 잘 안 오고, 누군가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고, 그러니까 정훈을 찾게 되고, 정훈이 챙겨줬으면 좋겠고. 내가 하고 싶은 건 여기 없고, 할 게 없고. 그래서 좀 힘들다 이런 표현을 했었는데. 그게 꽤 인상적이었던 거 같아요. 우동사에 지내는 것과 볼음도에서 지내는 생활을 비교해보면, 우동사에선 각자의 텐트가 있고 그 텐트 안에 누군가를 불러들여서 대화나 모임을 하는 느낌이 있는데. 볼음도에서는 텐트에서 잠을 자고 나머지 대부분의 생활을 인디언 티피, 부엌, 바다, 산책 뭐 이런 데서 하고 있으니까. 아 꺼리가 많구나. 그래서 여기선 너무 하고 싶은 게 많다 이런 표현도 석수가 했었는데. 내 삶은 어떨까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직장도 그만두고 지내고 있지만 꽤 마음은 누군가를 신경 쓰고 있고 누군가한테 문제 제기를 받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구나. 우동사에서 지내는 주된 시간이 그런 느낌이랄까. 그게 무조건 단점이라기보다는 어쨌든 나에겐 그런 긴장된 시간이 있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근데 그게 우동사뿐만 아니라 회사생활을 해도 그렇고. 평가를 받아야되고, 진급을 해야 되고, 결과물을 내야 되고 이런 것들을 신경 쓰며 사는 맥락에서 조금 더 다른 맥락으로 살아보고 싶다. 그런 게 어떤 걸까 살펴보고 있어요.

그니까 여기 표현으로 하면 밑불이 탄탄한 사람. 여기 볼음도에선 장작을 많이 태우는데 장작이 젖어 있으면 불이 진짜 안 붙는데, 장작이 말라 있고 불이 온전하게 붙어있는 밑불 상태의 숱이 되면 그 위에 어떤 걸 올려도 잘 타요. 아 내 마음이 아직 젖은 상태구나 그런 느낌이 좀 있어서 밑불이 탄탄한 사람으로 지내고 싶다가 요즘의 관심사예요.

볼음도의 모닥불

 

Q : (웃음) 최근 근황을 물었는데 뭔가 톡 건드니 이렇게 이야기가 우수수 나오네요. 재밌어요.

우동사는 어떻게 오게 됐어요?

원래는 성당 생활을 되게 오래 해서 성당-직장 이런 느낌으로 지냈어요. 그러다가 법륜스님 힐링 캠프를 보게 됐어요. 그 당시에는 성당 청년회장을 하고 있어서 다른 종교를 관심 가지는 게 문제다 이런 느낌이 좀 있었는데, 법륜스님을 보고 어 저 사람 말 괜찮네. 그래도 검증이 필요해이런 생각이 들어서 유튜브에다 법륜스님 검색을 했어요. 그 당시에 즉문즉설이 650개가 있었는데 그걸 4개월 동안 다 봤어요. 다 보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정토회는 좀 무겁게 느껴져서 평화재단에서 하는 독서 세미나를 시작으로 가게 됐어요. 그러다 카페 오공을 알게 되고, 카페 오공에 갔더니 조정훈이라는 사람이 있고. 나랑 나이 또래가 비슷해 보이는데 카페 사장이래, 쟤는 돈이 많나? 근데 돈도 없대. 주인장 50명을 모아서 협동조합 형식으로 백만 원씩 모아서 카페를 만들었대. 이건 뭐지? 일단 신선하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성당에서 청년회장을 하면서 임원들과의 조율, 같이 활동하는 사람과의 조율에 있어서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스텝으로 누군가를 서포트해준다, 도와준다,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다 이런 관념이 꽤 나한테 엄청난 압박을 주면서 힘들어했는데. 활동도 아니고 장사를 하는데 그걸 한다고? 주인장들과 조율하고 있다고? 일단 그게 나한테 너무 신선했고. 아 쟤한테 뭔가 있다 이런 느낌이 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또 같이 모여서 산다네, 같이 살면 힘든 거 아닌가? 그런 게 궁금해서 계속 우동사에 와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302호가 생기는 지점에서 백일출가를 갈래, 집이 나오면 302호에 들어갈래 고민하다가 백일출가가 먼저 돼서, 백일출가를 갔다 오고. 갔다 오고 나서 엘리시움이 생겨서 엘리시움에 살게 됐어요.

관심은 그런 걸 잘 조율해서 살고 싶다 이런 거였는데. 다툼 없이 지내면서 마음껏 펼쳐지는 삶 이런 거에 관심이 있구나 하는 걸로 좀 더 구체화되어가는 것 같아요.

 

Q : 우동사에 꽤 오래 지냈잖아요. 지내면서는 어땠어요?

처음엔 공동 주거는 이런거야.’ 라고 했을 때 내 과거 경험에 비춰서 보는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좋은 걸 해보자, 예를 들면 그 당시에 정토회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정토회에서 하듯이 설거지를 하고 행주로 닦고 넣자. 근데 집에서 꼭 그런 걸 해야 돼? 이런 문제 제기를 받고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그런 고민을 계속하면서 지냈던 거 같아요. 좋은 것,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거 하고의 차이를 함께 이야기를 해가는 데 있어서 되게 어려움이 있었던 거 같아요. 당시에는 회계도 하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이런 걸 열심히 하면 잘 살겠지 이런 마음으로 꽤 지냈던 거 같은데. 그러면 그럴수록 더 문제 제기를 받는 상황이 나타나니까 재미가 없었던 거 같아요. 그 재미없음이, 펍에 가는 것도 좀 힘들어지고. ‘쟤도 얘한테 이렇게 들어서 이런 얘기를 할 거야.’ 그런 긴장으로 보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 여러 경험이.. 우동사에 들어오긴 했는데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 멘붕인 느낌. 그래서 더 정확해지려고 했던 거 같아요. 원리를 찾으려고 했고. 근데 그게 꽤 우동사뿐만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어떻게 살면 좋을까 라고 하는 바람이 꽤 있었어요.

20대 후반에 결혼하고 싶어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말을 들으니까 엄청 부담스러웠거든요. 나는 내 인생 하나 책임지기도 어려운데 너랑 산다고? 연인으로 지내는 건 괜찮은데 너무 무거운 거지.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집도 없고, 돈도 얼마 못 버는데. 그 친구는 결혼하면 주부가 될 것 같고 내가 다 벌어야 될 것 같은데. 아 이건 좀 무겁다, 뭐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오가면서 여자 친구는 꽤 거절당하는 느낌이 있어서 자기를 밀어낸다, 나랑 결혼하고 싶지 않은 거야?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거 같아요그게 아니고, 내가 부담스럽다고.’ 근데 그때 당시에 내 마음을 온전하게 표현하는 게 남자답지 못하다, 능력이 없다, 책임감이 없다 이렇게 비춰지면서 말은 못 하고 마음은 끓고. 그러다가 이럴 거면 헤어지는 게 낫겠다 이런 식으로 넘어갔던 거 같은데.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런 생각을 계속했던 거 같아요. 그 관점이 공동 주거의 형태, 같이 사는 형태에서 또 드러나게 되는 것 같고.

그래서 하나의 원리를 찾는, 이런 것만 하면 괜찮겠지 하는 걸 계속 찾아 헤맸다는 느낌이 있어요. 정확하고, 수치로 나오고 그런 걸로 살면 괜찮겠지. 이런 느낌의 실험을 꽤 했죠. 근데 그게 회사생활에선 잘 드러났어요. 어디서 마케팅 효과가 잘 나왔다, 결과가 잘 나왔다. 그걸 나한테도 반영해서 결과물을 만들어서 딱 보여주고 성과가 나면, “너 능력이 있네.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이렇게 되는데 여기는 왜? 왜 안 되지? 같이 사는 건 어떤 걸까?

3월 반상회 사진. 같이 산다는 건 정말 어떤 걸까요?

 

Q : 그게 용자가 용자의 삶을 잘 꾸려오는 방식이었겠네요? 원리를 찾아서 적용해서 성과를 내고 결과로 드러나고.

어렸을 때 합기도를 한 10년 정도 했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인생에 좀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열심히 하고, 근성 있게 하고, 잘하면 인정받고 그걸로 끝. 그리고 근성 있게 끝까지 해야 돼, 놓으면 안 돼.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거나 이런 사람을 보면 -’ 이렇게 보는 게 있었어요. 과거의 경험에 기반해서 사는 방식을 꽤 쓰는구나 하고 지금은 생각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도 과거에 성취가 있었던 경험이나, 아니면 추종하는 사람이 이렇게 하라고 했던 걸 생각 없이 따른다거나.. 뭐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 게 좋다, 독립 해야된다, 자립해야 된다 이런 생각이 있어서 내 판단으로 해왔는데, 그게 운동할 때랑 회사 일에선 잘 드러나지만 공동 주거에서는 어떤가. 나한테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Q : 되게 재밌네요 이 부분. 비단 용자만 겪는 어려움은 아닌 것 같아요. 사람이 사람하고 관계 맺는 것이나 잘 지내는 것에 대한 건 뭐 어디서 가르치지도 않고, 제대로 탐구한다기보단 그냥 자연스럽게 배우는 거지 이런 식으로 되어있으니까요. 근데 사람들하고 잘 관계 맺으며 잘 지내고 싶은 바람은 다들 있는데.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을, “나 너랑 잘 지내고 싶어~ 나 너 좋아~ 너도 나 좋아해 줄래?” 이렇게 표현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근데 그게 꽤 남자한테는 남자답다는 걸로 이렇게 막혀 있는 느낌이 있어서. 그래서 내가 원하는 내 욕구, 내 감정, 내 생각을 원활하게 표현 못 하는 굴레에 있다는 이야기를 어제도 모닥불 앞에서 남자 다섯 명이서 했어요. 그러다 다시 회사 생활하면서 '이렇게 해야지' 모드로 전환되어서 거기에 대한 탐구가 깊이 되지 못하고. 푸시받는 환경 속에 살다 보니까 계속 그렇게 지내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Q : 궁금해진 게, 남자도 아니고 장남도 아닌 그냥 이용수라는 사람. 이름도 아닌,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 거 같아요?

난 어떤 사람일까.. 이런 질문을 되게 반가워하는 것 같아요 마음이. 근데 잘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먼저 탁 들고.

같이 하는 거 좋아하고, 믿을 만한 사람과 같이 하는 거. 내가 잘하는 거를 이끌 때도 꽤 재밌어요. 운동을 할 때는 내가 이렇게 잘하는 게 있고, 알려주고. IT 제품들 내가 이렇게 공부했어하고 보여주는 것도 재밌어하는데.

심성은 되게 여리고 두려운 게 많아요. 어제도 역대 최대 인원이 볼음도에 들어왔는데 그러면 사람 많은 곳에 가기 싫고. 그럼 뭔가 해야 될 것 같은 느낌, 하여튼 그런 느낌이 꽤 있어요. 어떤 사람하고 있을 땐 이런 모습이 나오고, 어떤 환경에 있을 땐 이런 모습이 나오고.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정의를 잘 모르겠어요. 운동하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 강한 사람으로 볼 거고 회사에서도 그랬고. 우동사에서도 멀리 있는 사람들은 나를 강한 사람으로 보고, 가까이 있는 사람은.. 어떨까? 좋다는 사람도 있고. 301호에 같이 사는 은정이가 요즘 나한테 좋다는 표현을 많이 해줘요. 내가 외롭다고 많이 하니까 그런 표현을 많이 해주는데. 어떤 사람이야 라고 하는 정의보다는, 내가 원하는 만큼 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알리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알리고 싶다. 그런 걸 같이 하고 싶다. 그리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좀 덜 괴로워했으면 좋겠다. 나름 나도 내 괴로움의 끝을 보고 사는 사람이라서 그런 사람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고 그런 게 좀 있었어요. 그래서 아까 얘기했던 진리를 찾는 맥락에 종교도 바꿔보고 새로운 것도 도전해보고 심리상담도 배워보고. 이런 거만 딱 배우면 이렇게 할 수 있겠지.’ 꽤 그런 맥락으로 지냈는데. 그런 걸 알아가는 사람 정도? 현재는 그런 진행형이지 않을까 싶어요.

 

주짓수 대회에서 용자
볼음도에서 아리와 용자

 

Q : 들으면서 용자가 직선만이 아니라 곡선을 배워가는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단단하고 딱딱한 걸로 싸여있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여린 부분이 있구나. 말랑하거나 여린 부분은 사람을 굉장히 향해 있다는 느낌도 들고요. 

둘러싸여 있는 게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원활하게 조절이 안 된다랄까. 그게 자각이 있을 때는 조절이 되는데 자각이 없을 때는 옛날 관성대로 살게 되니까.

아버지가 속은 되게 여린데 엄청 강한 사람이거든요. 아니면 칼같이 끊어버리고 이런 면도 아버지한테 배우고 보고 자라온 게 있는데한 번은 부모님 집 근처에서 주짓수 대회가 있어서 나갔어요. 그래서 부모님 집에서 자고 그날 아침에 가면서 대회 보러 오세요이렇게 얘기했더니 안 가.” 이러셔서, 왜요?” “텃밭에 물 줘야 돼.” 이렇게 표현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날 싫어하나? 아들을 응원하고 싶지 않나? 아빠가 아닌가?’ 옛날에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다시 생각하게 된 게, 20년 전에 합기도 대회에 나갔을 때 아버지가 제가 딱 지는 순간에 왔어요. 경기 다 끝나고 오셨어요.” 하고 인사했더니 내가 와서 졌나 보다이런 인사로 받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때를 떠올리면서 내가 와서 긴장하지는 않을까 이런 마음인 걸, “안 가, 텃밭에 물 줘야 돼.” 이런 표현으로 하는. 본질은 아들을 염려하는 마음인데 표현은 그렇게 되는 상태가 아버지에게 있는 것 같아요. 근데 나도 그렇게 살고 있구나. 이제는 그런 맥락을 좀 더 이해하게 됐어요. 그런 것들을 이해하게 되면서 비슷한 사람들을 봐도 좀 편안해지고 나도 좀 편안해지고. 아 나도 이런 마음 때문에 이렇게 표현이 나왔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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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이제 곧 40이다.  공자왈 40세는 불혹(不惑)이라 했는데 세상에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고 했는데, 나는 여전히 세상일에 흔들 흔들하고 있다. 우동사에서 살면서 여러 사람들과 한집에서 살아 보았다.  한집에 같이 살면, 정말 작은 것 까지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이 모여서 처음에 좋았다가도 어느 사이엔가 꼴도 보기 싫은 사람으로 변 할 때가 있다. 꽤 많은 사람들과 그렇게 지냈다. 

내가 원했던 공동체의 삶은 이런 게 아닌데. 사람들과 그만 다투고 싶다. 사실 그만 싸우고 싶다. 
그래서 다투지 말아야지. 잘 참아야지, 잘 해결하고 살아야지. 하면서 살았다. 

저 상대의 문제를 증명하고 그 상대가 그걸 인식하면 그 문제가 사라진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증명해도 안 사라지더라. 나만 더 외롭고 유별난 사람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문제를 분석하고 증명하고 결과를 만들면, 성과도 나고, 물건도 더 잘 팔렸는데 왜 같이 살 땐 다를까? 뭐가 다른 걸까? 회사 생활하듯이 내 인간관계를 볼 때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난 믿었다. 
나는 "나"라는 실체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내가 보고, 듣고, 감각하게 되면서 "느낀 것" 사실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거절의 말과 표현을 하면 나를 밀어 내고 거부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를 보며 뭘 잘한다고 들으면, 내가 잘해서 그런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보며 비난한다고 들으면,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다. 나의 존재가 잘한다는 사실이 있구나. 비난한다 못한다는 사실이 있다고 믿었다. 
내가 문제다. 노력이 부족하다. 더 노력해야 한다. 

 
#마케팅, 필요한 인간 
그래서 나는 나에게 말한다. 더 효용성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해.  
쓸모없으면 싫어해.(돈은 벌어야만 해). 쓸모없으면 버림받는다.. 참아야 해 
이런 사실 위에 불안함을 느끼며 살았다. 저들은 언젠가 필요가 사라지면 내 곁을 떠날 거야. 하는 두려움에 떨며 더 능력을 키우자! 더 효용성 있는 인간 되는 것 만이 내가 살 길이다! 

내가 뭘 잘하면, 능력이 있으면, 그림이 그려지면, 알뜰폰 글 따위가 많이 읽히면, CCTV가 고쳐지면, 주짓수가 잘 되면 
내가 좋은 걸 가지면, 사람들은 나를 좋아할 거야. 필요한 사람이 되자. 하며 간신히 버텨가면서, 살았다. 

회사에서 마케팅하듯 나를 팔며 
사람들의 관심, 조회수, 웃는 얼굴, 칭찬, 비난하는 얼굴, 무관심들을 카운터 하며 일희일비하면서 살았던 거 같다. 

그러니 힘들고 버겁다. 
다투는 상황이라도 생기면, 내 모든 이성과 논리 자원을 동원해서, 풀어가려고 애쓴다. 
오해받으면 안 된다. 실수하면 안 된다. 꼬투리 잡히면 안된다. 

-용자 알기코스 소감문 중에서. (출처 : https://udongsa.tistory.com/16?category=357512)

 

>2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