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없는 일주일03_세 번째날, 오늘도 풍성하게 보냈다.

2019. 12. 31. 02:24육아, 인간의 성장

*** 우율이 아빠 깡순은 12/28(토) 아침에 <나를 알기 위한 코스>를 들으러 일본으로 먼저 떠났어요. 우율이와 엄마인 여신은 다음 주 토요일(1/4)에 일본으로 가서 3박4일간 애즈원 스즈카 커뮤니티를 함께 탐방하고 돌아올 예정이예요. 엄마와 17개월된 우율이가 아빠 없이 일 주일을 어떻게 보내는지 공유하고 싶어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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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말의 톤을 좀 바꿔본다. 용자가 집에 다녀가면 종종 이런 톤으로 육아일기를 써주는게 재밌어서 따라해 보았는데, 뭔가 어색하기도 하고, 내 감정을 드러내는데 편치 않은 느낌이라... ^^)

 

오늘은 아빠 없는 세 번째 날이다. 

 

어젯밤부터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율이가 평소와 다르게 잠을 잘 못 자고 그릉그릉 한다 싶어 살짝 걱정이 되긴 했는데(이 때 약을 먹였어야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벽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새벽에 급한대로 상비약으로 두고 있는 아로니아 성분의 천연약을 먹였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체온을 재어보니 38.9도. 꽤나 고열이다. 어제 오전에 2시간의 야외활동이 조금 무리가 됐나보다 싶었다.  일단 남은 약을 한 번 더 먹였으나 열은 내리지 않는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울고 나한테서 잘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큰일났다. 남편도 없는데 남은 날들은 어떡하나..., 오늘 있는 모임을(일본 가기 전 이틀에 한 번씩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일상화 미팅 중 마지막 날) 취소해야 하나..., 오늘 또 하루는 어떻게 보내나, 율이 컨디션이 악화돼서 일본을 못 가게 되면 어떡하지?, 우야까지 아프면 어떡하지...?, 어제의 내가 원망스럽다...ㅠㅠ (사실 넘 오래 노는 것 같아 살짝 걱정은 됐는데 혼자만의 시간이 좋아 그냥 따로 연락하지 않고 뒀다. 우율이랑 처음 산책 나가는 이모, 삼촌이라 내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어젯밤에 낌새가 이상할 때 약을 바로 먹였어야 했는데! 귀찮아 했던 내가 밉다 흑, 노로바이러스와 수두가 지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또 열감기인가?! 내가 애들을 잘 못 챙겨서일까? 등등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고민도 잠시, 배고파 하는 아이들 아침을 먹이고 나니 9시 즈음 용자가 왔다. 함께 아침을 먹고 있는데 9시 반쯤 나의 미팅시간에 아이들을 봐주기로 한 금자, 동하 커플이 도착했다. 우율이는 밥을 먹고 컨디션이 좀 좋아졌는지 내가 옷을 입으니 나에게 쿨하게 ‘안녕~'이라고 인사했지만 나와 함께 미팅을 가야하는 용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금자, 동하보다는 아무래도 자주 보는 용자가 익숙했나보다. 이대로 나랑 용자가 나가면 애들이 불안정해질 것 같아 걱정하고 있는데 마침 성희에게 연락이 왔다. 윤호와 함께 우리집으로 오고 있다고. 다행이다! 

 

우율이 평소 컨디션 같았으면 금자, 동하와 산책을 하며 가뿐하게 보냈을텐데 율이의 상태가 안 좋아 산책도 조심스러운 상태였는데 익숙한 성희와 윤호까지 온다면 안심하고 갈 수 있겠다 싶었다. 둘이 도착하고 나니 우율이는 집에 갑자기 사람이 너무 많아져(엄마와 우율이를 포함해 이모, 삼촌, 형아까지 모두 합해 여덟!) 어리둥절해 하긴 했지만 용자와 내가 안녕~하고 나와도 큰 동요가 없어 보였다. 

 

한 시간 정도 마지막 일상화 미팅을 마무리하며 나의 상태가 다시 보였다. 이틀간 동네 친구들의 도움 덕에 너무 잘 보냈지만, 내 마음 한구석엔 아이들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꽤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어제 처음으로 집에서 나와 집 앞 슈퍼를 가면서 해방감이 들었다. 그 때 아, 내가 긴장하고 있었구나가 느껴졌다. 그리고 친구들이 많이 왔다 가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손님을 치르는 느낌이 있어 마음이 좀 분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상태는 어떨까 궁금해졌다. 아이들도 많은 이모, 삼촌들과 잘 보내는 듯 했지만, 진짜 속마음은 어땠을까...? 조금 어색하거나 분주하진 않았을까? 아빠의 빈자리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등...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독박육아를 해야 했다면 정말 힘들었겠다...’이런 불필요한 상상을 하며 ‘그래도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 다행이야, (가 아닌) 힘들어 하면 배부른 소리지’라며 스스로 압박을 주고 있는 것도 발견했다.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남편이 혼자 일 주일간 코스를 가는 결정도 쉽게 하지 않았을거고, 만약 갔더라도 다른 방법을 쓰며 지냈을텐데 왜 굳이 그런 일어나지도 않을 상황까지 생각해 가며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는걸까? 그런 마음 때문에 지금의 내 마음 상태를 살피는게 좀 더 어려워진 느낌이었다. 일상화 미팅을 하며 그런 마음들을 살펴 볼 수 있는게 다행스러웠다. 

 

미팅을 마치고 11시즈음 집에 돌아오니 모두 떠나고 우율이는 근희와 함께 있었다. 20분 전 즈음에 약속때문에 모두 떠나고 근희 혼자 우율이를 보고 있었다고. 근희는 나와 우율이를 몸보신 시켜 주겠다며 토종닭을 사와 삼계탕을 끓였고, 그 중간에 미리 약속되지 않은 재경이 놀러왔다. 재료가 여유 있어 끓여주고 싶다며 오뎅탕 재료를 한 가득 가지고 왔다. 근희가 끓여준 삼계탕으로 모두 함께 점심을 먹고, 재경이 설거지를 했고, 오뎅탕을 끓여놓고 저녁에 먹으라고 했다. 지금 상황에 먹을것까지 고민해야 했다면 넘 부담이었을텐데 이런 호사라니! 든든했다. 

점심을 먹고 근희랑 재경이 우율이랑 신나게 노는 동안 난 혼자 있을 땐 하기 힘든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남편이 부탁한 택배 부치기 등을 했고, 둘은 우율이랑 노래 틀어놓고 신나게 춤도 추고, 구글의 3D 사진을 탐색하며 신나게 놀았다. (우율이는 어땠을지 몰라도 둘은 꽤 신나 보였다 ㅎㅎ) 조금 분주하긴 했지만 그 덕에 나도 애들에게 손과 마음이 덜 가 마음의 부담이 적었다. 아이들의 수보다 어른의 수가 1명 더 많아야 애들을 보는데 여유가 있다는 말이 역시 일리가 있구나 싶었다. 

<우율이와 놀고 있는 근희, 재경 이모, 근희는 율이와 재경은 우야와 호흡이 잘 맞는다>

 

3시즈음 돼서 두 이모들이 돌아가고 우율이와 셋이서 낮잠을 잤다. 점심 약을 먹이고 조금 따뜻하게 입혀 재웠더니 자는 동안 열이 불덩이처럼 올랐다. 덕분에 땀을 한껏 흘리고 나니 열이 다시 떨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 않은 율이는 나에게 꼭 붙어 떨어질 줄 모르고, 잠에서 덜 깬 우야도 함께 나한테서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한 명이 아파도 이런 상황 때문에 더 힘들어진다. 둘이 함께 나에게 안기려고 하면 무게 때문에 안을 수도 없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일단 율이의 땀에 젖은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주고, 옷을 갈아 입히고 나니 저녁 담당(?) 세리가 왔다. 

<구글 3D 사진으로 우리집에 놀러 온 냥이와 나, 정신없는 집 상태가 적나라하다 ㅎ> 

우선 세리에게 애들을 넘기고 급한 화장실을 해결하고 와서 우는 애들을 진정시켰다. 조금 전에 셋이 있을 때보다 안정된 느낌이다. 이럴 때가 자주 있다. 나와 셋이 있을 땐 칭얼대다가 누군가 오면 안 칭얼대는 느낌. 평소엔 내가 엄마라 (마음놓고) 더 칭얼대고 싶은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나의 마음상태가 전가되나 싶다. 혼자 있을 때 둘이 칭얼대면 막막하고 힘들어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은데 그런 마음 상태를 느끼고 애들이 더 불안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누군가 오면 내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생기니 애들도 함께 그런걸까 싶기도 하고. 

 

세리가 맛난 반찬들을 식탁에 꺼내어 놓는데 가짓수도 다양하고 양도 꽤 많은 느낌이라 물어보니 일 다녀오면서 누가 챙겨준 반찬인데 그 집 먹을 사람이 별로 없어서 우리집에 다 가져왔다고 한다. 그 마음이 참 고맙다. 지난 번 애들 노로바이러스와 수두 걸렸을 때는 전염성이 있는데다 본인 몸도 안 좋아 직접 오진 못해도 며칠에 한 번씩 음식을 해서 문앞에 배달해줘서 큰 도움이 되었는데... 크흑. 

 

세리가 차려준 밥상으로 넷이 밥을 먹는데 오뎅탕을 끓여준 재경도 다시 합류했다. 다섯이서 든든하게 저녁을 챙겨먹고 잠시 놀다가 재경이 돌아가고 아이들을 간단하게 씻기는 동안 세리는 뒷정리도 해주고 애들과 함께 놀아줬다. 세리가 있는 동안 급한 신호가 왔는데, 덕분에 편안하게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 혼자 애들이랑 있을 때 의외로 꽤나 난감한 시간이 화장실을 가는 시간이다. 상태가 좋을 때야 금세 다녀오면 되지만 애들 상태가 안 좋거나 큰 볼일일때는 쉽지 않아 가끔은 기본 생존권을 침해 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침해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 서글퍼질 때가 있다) 

 

그 사이 율이 상비약이 떨어진 나는 같은 약을 구비하고 있는 구나몬에게 연락을 했고, 구나몬은 외출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약을 챙겨 갖다줬다. 세리, 재경과 저녁 시간을 잘 보내고 세리를 배웅하고 나니 오늘 산책을 못 한 아이들이 현관에서 들어올 생각을 안 한다. 이왕 이렇게 된거 웨건에 타서 기분이라도 내라고 태워줬더니 좋아한다. 그러고 보면 맨날 위에 비닐 덮어 씌워서 타고 돌기만 했지, 이렇게 비닐 벗긴 채로 편안히 웨건을 탐색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율이는 평소처럼 웨건 위에서 왔다갔다 하거나 뭘 주워 먹기도 하고, 우야는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논다. 이럴 때 보면 쌍둥이지만 성향이 참 다른 것 같다. ㅎㅎ 중간에 할머니, 할아버지랑 통화도 했는데, 노는게 재밌었던지 평소와는 다르게 전화에 집중도 잘 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담부턴 밖에 나가지 못할 땐 이렇게 집안에서라도 뭔가 새로운 체험을 하게 해줘야겠다 싶었다. 

<현관에 세워진 웨건에서 신나게 노는 우율이>

9시가 다 되어 갈 즈음 안방으로 데려와 책을 몇 권 읽고 저녁 약을 먹고는 잠이 들었다. 아빠가 일본으로 가고 난 뒤 낮잠 시간과 밤잠 시간이 조금 안정화 된 것 같아 그게 반갑다. 아빠가 있을 때는 우리 부부의 생활패턴 때문에 (친구집에서 밥을 먹는다거나 아빠가 일하고 늦게 돌아온다거나 하는) 꽤 늦게 (11시가 넘어) 잘 때도 많았는데... 아이들이 일찍 안정적으로 잠드니 좋다. 걱정했던 율이의 상태도 많이 좋아진 느낌이다. 자는 동안 한 번도 깨지 않았고 열도 좀 내린 듯 하다.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자다가 자정이 넘어 일어나 이렇게 글도 쓴다. 

 

일어나 전화기를 보니 세리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내일 오전에 애들 상태가 괜찮으면 용자랑 내가 함께 할 테니 혼자 카페라도 잠시 다녀오라고... 그걸 보고 갑자기 신이 나는걸 보니 그런 시간이 많이 고팠나보다. 그걸 캐치하고 마음 내어준 세리가 참 고마웠다. 지난 10월에 내가 일 주일간 코스에 들어갔을 때 남편이 동네친구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남편이 코스에 들어갈 엄두를 낼 수 있었을까? 내가 혼자 일주일 동안 아이들을 챙길 수 있었을까...? 고마운 마음이 진심으로 올라온다. 오늘도 조금 분주하긴 했지만 우율이와 많은 친구들과 하루 잘 보낼 수 있어 감사하다. 

 

<같은 날 세리의 육아 일기>

 

2019.12.30
여섯시 좀 전에 연락이 와서 우율네로 향했어요. 율이가 열이 올라서 여신 걱정이 많아 보였어요. 때론 말괄량이 같은 여신 이미지가 있는데, 아이 아픈데에는 엄마로서 다 살피는 모습으로 보였어요. 
저는 가면 우율이랑 밥먹고 노는데 푹 빠지지만, 
공기같은 여신이 있어서 맘이 놓이는구나 싶습니다. 
여신에게는 그런 사람이 깡순이겠죠? 
저는 종일 집에서 혼자 적적하게 있다가 우율네 가서
오뎅탕 끓여주는 재경이모도 다녀가고
시끌벅적한 저녁 한 타임에 훈훈해졌습니다. 
홍천 수련원에 식당 여사님(유민희 님)이 반찬을 싸주셔서 배불리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_()_
오늘 못나가서 가쉽다 아가님들. 내일 컨디션 나아지면 기회를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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