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6. 00:46ㆍ관찰일기; 자신을 알다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16개월된 쌍둥이 아기 우율이를 돌보고 있다. 동네 이모삼촌 몇몇이 마음과 시간이 날 때 아이를 봐주고 그동안 아이 엄마 아빠는 작업을 하는 등 시간을 가진다. 나는 고정적으로는 월요일 오전에 아이들을 만나고, 또 그때끄때 요청이 오면 아이들을 보러가기도 한다.
‘아이를 돌본다’는 것이 ‘일을 한다’ 느낌보다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내 마음을 보는 쪽을 해가고 있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살피기도 하고, 그러면서 아이가 더 행복해지는 세상은 어떻게 되어가는 걸까? 어른들의 세상은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 이런 걸 생각해보기도 한다.
..
며칠 전 주짓수 끝나고 도장에서 나오는데 보이스톡이 왔다. 이름에 성희가 떴다
‘어, 무슨일일까?’
나 : 안녕~~!
성희 : 여신이 내일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어해서 같이 우율이를 보면 어떨까? 해서
성희의 말을 듣는데 나에게 그렇게 해주도록 요구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아, 말하는 성희의 어떤 욕구가 있겠지’라고 생각을 돌린다. (동네에서하는 공부모임에서, 욕구와 요구에 대해서 살피면서 그것이 꽤 다른 성질임을 알고는 일상에서 그걸 구분해 듣고 말하는것을 연습해보고 있다)
그렇지만 대답은
‘어~~~어~ 어~~ 어~’
머뭇거림...혼란스러운 상태.
이제 샤워하고 10분안에 상담하는 약속 장소까지 가야한다. 스케줄을 확인하고 싶다. 우율이도 보고 싶다. 성희에 욕구도 들어주고싶다. 나는 오늘 못 했던 일도 하고 싶다. 그런데 대답을 지금 해야 할꺼 같다. 나 스스로에게 ‘뭘 망설여 한다고 해!!’ 라고 다그친다.
‘지금 내가 원하는 걸까? ’ 스스로에게 묻는다.
말은 ‘어~~~어~~~어~~~’ 하고 있다.
지금 이야기 하면 왠지 압박감에 대답하는 것 같다.
"어, 조금 이따가 일해야해서 일끝나고 연락할게"라고 말하고 일단 통화는 끊었다.
일이 끝나고 생각해보니 내일 오전에 모임 있다는 걸 알았다. ‘내일 오전에 모임이 있어서 어렵겠다’고 성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뭔가 거절할 명분이 있어서 안심되는 느낌인데, 그러면서도 뭔가 마음이 개운치 않다. 거절할 명분이 있어서 거절할때에는 왜 그것으로 안심되는 걸까?
성희,여신,우율이 어떤 욕구가 나에게 ‘~해, ~~해라, ~해줘야한다. 안 그럼 내가 힘들어(그건 네가 내 부탁을 안들어 줬기 때문이야)’로 들릴 때(해석될 때), 무거워졌다가 가벼워졌다가 실시간으로 왔다갔다 함을 느낀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되길 바라는가?
우율이를 안정감 있게 돌봐줄 사람이 나타 났으면 하는 마음
성희가 내 말을 거절로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신의 욕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
여러 가지 마음이 동시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게 분명히 드러나는데 꽤 시간이 드는 느낌이 들면서, 망설이는 모습에 ‘이것도 선택을 못하고 있어!!’라는 자책도 왔다가 지나간다.
다시 마음을 들여다본다.
나는 어떤 걸 원했을까?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생각들로 마음이 바빠질 때, 순간 내가 원하는 바를 놓치고 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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