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불멍] 머리가 아닌, 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2020. 5. 1. 08:27볼음도 프로젝트

 

5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에서 ‘캠프 불멍’이 열린다. 우동사의 정훈, 윤자, 단디 그리고 얼마전 대만에서 온 석수라는 친구가 함께 준비하고 있다. 2년 전 정훈과 수정은 사람들과 함께 볼음도에 작은 땅을 마련했다. 아름다운 삶터와 일터를 만들어가고자, 정원을 가꾸고 농사를 지으며 지내고자 함이다. ‘비밀의 정원’이라 이름 붙였다. 그곳에서 ‘캠프 불멍’이 열린다. 

비밀의 정원에서 5월 내내 열리게 될 ‘캠프 불멍.’ 정훈, 윤자, 단디는 어떤 그림을 그리며 ‘불멍’을 준비하고 있을지, 캠프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 들어보았다. 

 

Q.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신데 대한 반가운 마음을 전합니다. 우선 각자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볼음도팀에 각자 합류하게 된 배경이나, 이번 캠프에서의 역할 같은 것들도 들려주세요.

 

A 단디 : 저는 단디입니다. 우동사에 살게 된 지는 8년 정도됐다. 직업은 목수다. 만드는 일을 좋아해서, 우동사에 와서도 전등이 나가거나 하수구가 막히거나 할 때 이런저런 고치는 일들을 많이 한다. 볼음도에서도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시골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작년 가을에 직장 그만 두고 ‘이제 시골에 내려가야겠다’고 하고 생각했었는데 뭔가 탁 내키지 않는 게 있더라. 도시에서 삶이 답답하긴한데 시골에 내려간다고 뭔가 해결될까하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볼음도로 가게 됐어요. 볼음도와 검암을 왔다갔다하면서, 자연에서 사는 것의 좋은 점,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사는 좋은 점 양쪽을 누리며 지내고 있는 것 같다. ‘도시의 삶을 버리고 귀농(귀촌)한다’가 아니라 그 외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볼음도팀에 같이 합류하게 됐다.

 A. 윤자 : 저는 윤자라고 해요. 이름은 김윤희. 서초동에 카페오공이 있을 때, 뭐 배우러 한번 갔다가 하루 가던 거, 이틀 사흘 나흘 다니다보니 거기서 일까지 하게 됐다. 지금 ‘카페오공’은 ‘기웃기웃 협동조합’으로 전환해서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우동사도 카페오공과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됐다.

볼음도에 합류하게 된 건 미야자키에서 열린 표주박 시장의 영향이 컸다.작년 겨울 표주박시장에 다녀왔다. 갈 때 사람들이 ‘네가 거길 가?’ 하고 물어볼 정도로 나와 어울리지 않는 거였는데, 나답지 않은 걸 해보고 싶었다.

2년전 ‘볼음도 섬데이’ 프로그램이 때 처음 갔었다. 우동사 사람들이 그 전부터 볼음도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나는 안갔었다. 볼음도 가서도 사람들이 ‘백합 캐러간다’ 해도 ‘안할래’ 하고, ‘어디어디 가자’ 해도 ‘싫어싫어’ 했는데 막상 가면 재밌어서 끝까지 남아서 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게 정말 나일까’, ‘이거 내 취향이야’라고 할 때도 ‘그게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이 생겼다. 이런 흐름에서 표주박 시장을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의 일주일이 새롭고 충격이었다. 너무 좋고 가슴 따뜻해지는 충격. 가서 알게 된 게 ‘아 나는 되게 사람을 좋아하는 구나, 치대는 거 좋아하고’. 표주박시장에 아기들이 많았다. 그 동안은 ‘나는 아기들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거기 가니까 아기들이 너무 좋더라. 아기들이 나를 막 안아주기도 하고, 또 내가 아기를 품에 안고 있을 때 그 따뜻함이 너무 좋았다. ‘애기 낳고 싶다’ 는 생각도 처음으로 하게 됐다. 표주박시장에서의 충격과 즐거움이 이곳으로 이어진 것 같다.

처음 정훈이 ‘볼음도 캠프를 할 건데 같이 가보겠냐’ 했을 때 그냥 일주일 놀러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처음 들어갔다가 마음이 동했던 것 같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잘 대접하고 싶고 따뜻하게 맞이하고 싶어졌다. 표주박 시장에서 갔을 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엄청 잘 해 줬었다. 그런 느낌을 나도 사람들한테 주고싶어서 합류하게 됐다.

 A. 정훈 : 저는 정훈이예요. 우동사에서 산지는 이제 9년째가 되어가고 올해 41살이 됐다. 30대를 우동사에서 보내면서, 여러 가지 많이 했던 것 같다. 카페오공을 하며 윤자는 만나게 됐고, 7년 이상의 인연이다. 단디와도 8년정도 된 인연이다. 우동사에서는 주로 회계, 재정 일을 하고 있다. 엑셀을 다루면서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볼음도를 만나게 된 건 2013년쯤이었나. 우동사 시작하고 나서 농사 짓고 싶은 친구들이 강화도에서 논농사 실험을 했다. 콩세알이라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서정훈 목사님의 도움을 받았었다. 그때 목사님이 볼음도의 오반장님이라는 분을 소개해주다 여름에 놀러가보라면서. 그래서 2013년 14년 15년을 여름마다 놀러 갔었던 거 같다. 16년도가 됐을 때, 반장님이 농사 한번 지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셔서, 그때 동네 친구인 재원이와 같이 볼음도에서 일년 동안 논농사를 지어봤다.

우동사에 오래 살다보니까 친구들하고 같이 일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집중해서 일하고 나머지 여유로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하다가 농번기와 농한기가 있는 농사에 매력을 느꼈다. 2016년도에 일년 동안 하면서 가능성을 봤다. 농사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구나. 근데 막상 일을 여러 가지 하다보니까 계속 집중하기 어려워서 2017년도에는 그냥 우동사 활동만 하다 2018년도가 됐는데, 오반장님이 몸이 아프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핑계 같은데(웃음), 꼬셔가지고 일을 2018년도부터 농사 일을 오반장님과 동네 친구 수정이와 같이 하게 됐다.

그렇게 작년까지 농사 중심의 볼음도 활동이 되다가, 올해는 표주박 시장을 다녀온 계기로, 농사 중심에서 캠프 중심의 활동으로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각한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닌데, 마침 단디하고 윤자가 표주박시장을 갔다온 인연을 계기로 같이 해보게 됐죠. 하면서 점점 신나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셋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용 자체는 모르는게 아니었는데 ‘아 이런 맥락에서 지금 이 친구가 볼음도에 있구나’ 하고 새삼 다가왔다. 20대 때부터 귀촌을 꿈꿨던, 우동사에 같이 살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에 ‘귀촌’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단디.  카페오공에서 시작한 인연에서 우동사로 기웃기웃협동조합으로 그리고 최근 표주박시장까지의 역사를 가진 윤자. 역시 정훈에게는 볼음도에게 있어서 오반장님과 농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구나. 각각 다른 욕구와 흐름의 셋이 만나 지금 캠프 불멍에 불씨가 되고 있구나. 그들이 만들게 될 캠프 불멍, 어떤 그림들이 펼쳐질까.

 

Q. 5월 1일부터 한달간 ‘캠프 불멍’ 이라는 열린다. 캠프 소개를 해달라.

 

정훈 : '캠프'라는 게 좀 레저같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잘 먹고 잘 쉬러 간달까? 그런데 우리 캠프 모티브는 사실 표주박 시장이다. 작년 겨울에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렸던 표주박 시장에 참가했다.  텐트에서 아이하고 아내하고 같이 지냈는데 춥고 배도 고프기도 했지만, 그런 낯선 환경에서 있으면서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했던 감각이 일깨워지는 경험을 했다. 그 전에는 안락한 집이 좋고, 따뜻한 물에서 샤워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생각했다. 표주박 시장을 거치고 나서는, 그런 게 없어도 삶이 활기찰 수가 있구나.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어떤 감각들이 깨어나는 게 있었다.

그래서 그 캠프라는 형식을 좀 더 우리 입맛에 맞게 해보고 싶었다. 볼음도가 마침 그걸 바로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었다. 땅도 마련되어 있었고 지역 사회하고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었다. 윤자하고 단디가 결합하게 되면서, 표주박 시장의 감각을 공유한 상태에서 어떤 캠프를 만들건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갔다. '불멍'이라는 이름을 생각해낸 단디가 덧붙여 설명해주면 좋겠다.  

단디 : '불멍'은 요즘에 캠핑족들 사이에서 꽤 많이 쓰는 말이다. 불 피워놓고 멍하니 있는다는 뜻. 그런 말이 생기기 전에도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그것을 많이 해왔을 거다. 나도 불 피우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불 피우고 있으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그냥.그냥 불만 보고 있어도 한시간 두시간 금방 지나가고. 불 피울 때 여러 가지 감각들이 불에 반응한다. 불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양, 불빛을 보게 되고. 그 타닥타닥하는 타는 소리, 장작타는  냄새 그리고 온기가 있다. 불을 지피고 있을 때 여러 가지 감각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그 느낌들이 낯설지가 않고.  이게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의 몸에 새겨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뭔가 하지 않아도 불만 피우고 있어도 좋구나 싶었다. 장작피우는 냄새가 나면 아련히 오면 좋은 느낌이 일어난다던지. 이런 느낌은 어디서 오는걸까 생각해봤는데  뭔가 말로 설명하긴 굉장히 어려운 거 같다. 그건 정말 몸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이 아닐까.

캠프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그 첫 경험이 불멍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시에서는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고 납득이 가는 뭔가를 목표나 방식을 찾은 다음에 그 길로 가는 방식으로 움직이는데, 볼음도에서는 일단 한번 지내보면서 느껴보는 것이다. 다른 감각이 열린다고 할까. 그 다음에 뭘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자하는 컨셉이다. 그래서 '불멍'이라는 걸 이번 캠프의 핵심으로 잡았다. 

 

Q. ‘캠프 불멍’에서 이런저런 워크샵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것들인지 소개해달라.

단디 : 워크샵 여러 가지 준비했는데, 캠프가 시작되는 첫날 5월 1일에  ‘불 피우는 솜씨’ 라는 이름의 워크샵이 열이다.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고 불 피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거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나무에 불을 피울 일이 거의 없다. 일본 표주박 시장 갔을 때도,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불을 잘 못 피워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불 피우는 방법을 알려줘야겠다 생각했다. 여기와서는 다들 누구나 불멍을 느끼면 좋겠다 싶고. 여기서 처음 갖춰야할 능력이 스스로 불을 피울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싶어서 첫 번째 워크샵으로 잡았다.

시골에서 불 피울 때 보면 대체로 토치를 많이 쓰는데 나는그 방식이 좀 싫더라. 뭐랄까 너무 무식하게 불을 피운달까. 그것보다 성냥 하나 탁 얹어서 불이 피어오르는 그런 게 좋더라. 칼이랑 도끼를 잘 쓸 줄 알면은 불 피울 때 훨씬 좋아요. 특히 도끼는 필수죠. 나무를 베고 쪼개고 해야지 불을 잘 피울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 도구를 다루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실제로 불을 피워보고, 마지막에는 모닥불을 피워서 같이 음식을 구워먹는다. 워크샵은 5/1, 5/3 두 번에 거쳐서 진행할 예정이다.

윤자 : 4일에는 호짱의 막걸리 만들기 워크샵, 6일에는 오반장님의 (바다에) 그물 치고 걷는 워크샵이 열린다. 날짜가 아직 안정해졌는데 한군과 복태의 바느질 워크샵도 열린다. 옷 기우는 법 등을 배우면 좋겠다 싶어서 마련했다.

정훈 : 그리고 석수의 하모니카 워크샵, 인디언 티비 만들기 워크샵도 있다. 단디의 우드카빙, 숟가락 깎기 워크샵도 있다. 고구마 심기 워크샵도 있었는데, 그건 뺐어요. (모두 웃음) 이건 비공개 워크샵으로 한다. 날짜도 공개하지 않으려고 한다.

진선 : 옛날부터 고구마 캐기가 사기투어로 알려져있다고… 재미있을거라고 기대하고 갔는데 일이 꽤 고된.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디 : 정신차려보면 어느덧 개미지옥처럼 자기가 고구마를 캐고 있다는… (웃음)

다정 : 혹시 갯벌가는 일정도 있나?

윤자 : 일정이 따로 있지는 않고, 오반장님 되실 때, 바다가 허락하면 갈 수 있죠.

정훈 : 그물에서 물고기들이 예전에는 너무 많이 잡히면 처치 곤란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우리가 다 필요한 먹을 것들이라서, 매일매일 가게 될 것 같다. 바다가 허락한다면.

* '캠프 불멍' 멤버들이 SNS에 올린 사진들을 가져다 사용했습니다.

2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