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활동일지] 어려운 때일수록 위트가 발휘되는 사람들

2020. 8. 29. 09:122020 생(기)활(력)공장

우리도 랜선으로 만나요

 예정했던 프로그램들을 줄줄이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월초에는 몇가지  프로그램들을 진행했지만, 코로나 감염이 확산되면서 중순 이후 예정된 모든 프로그램을  일단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생활문화공동체 사업 뿐 아니라, 동네 친구들이 알음알음 하고 있는 작은 모임들 역시 취소, 중단된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인천 서구지역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코로나가 점점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한 집 건너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체감합니다.

 일상도 점점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갑니다. 이런저런 회의들을 온라인으로 시도해보고, 다른 모임들도 온라인으로 가능할까 가늠해보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한 친구는, 재택 근무 하는 회사에 다니는데 회식도 온라인으로 한다고 합니다. 각자 집에 먹을 것 준비해서 줌(ZOOM)을 틀어놓고 각자 먹는 모습들을 보며 이야기나눈다고 합니다. 코로나가 쉬이 잡힐 것 같지 않기에, 우동사에서도 가까운 미래에 저렇게 모임을 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온라인으로 미팅하자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온라인으로 하는 건 별로지’ 하고 꽤 심리적인 장벽이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이 전환됩니다. 물론 대면접촉보다 답답하고 낯선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할만하다' 싶어요. 인간은 정말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니까요.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어떤 감각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온라인으로 모임을 해보니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일이 상대적으로 더 잘 보입니다. 대화 중에 상대의 표정이나 제스처, 눈빛, 등 비언어적 신체적 신호들이 꽤 정보로 들어오고 있구나, 어떤 기분이나 감정까지 전달되고 있었구나 실감합니다. (아, 상대의 기분이나 반응에 신경쓰이는 것이 줄어든다면, 어떤 면에서는 장점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오프라인 모임의 소중함을 충분히 느끼면서, 동시에 온라인에서의 만남에도 점점 익숙해져서 온라인 접촉의 더듬이가 새롭게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일상풍요연구소>에서는 8월 6일 인정의 '모기퇴치제 만들기'가 열렸습니다. 계피, 에센셜 오일로 그리고 알코올로 모기퇴치제를 만들어 동네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알코올 함량이 높아 방향제나 소독제로도 사용 가능합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모기보다 바이러스 퇴치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직접 만들어서 각자 가져가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이렇게 누군가 왕창 만들어서 참여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나눠주니 것도 참 좋습니다.

8월 10일부터 바태가 온라인으로 요가 수업을 열었습니다. 소마요가와 명상 워크숍으로 구성된 수업이매일 80분간 진행됩니다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모임입니다. 모여서 하면 장소가 필요하고, 장소에 맞게 인원도 제한될텐데, 인원제한이 필요없습니다. 매일 아침 6시 40분에, 참가자들은 바태에게 걸려온 스카이프 그룹 통화에 응답하고 매트 위에 섭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작은 화면으로 서로를 확인하며 그러면서도 자신의 몸에 집중하기,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방식입니다.

 

랜선요가도 하면서 점점 익숙해져갑니다. 매일 아침 자신의 컨디션을 살피며, 요가 동작으로 몸에 활력과 생기를 복돋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돌보고 살피는 일,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이지 않을까 싶네요. 꾸준하게 자발적으로 요가, 명상 수련을 함께 해나가는 모임을 지향합니다.

 <소통학교> 에서는 슬기로운 탐구생활 맛보기 세미나도 열렸습니다. 테마는 ‘의견이 다르면 서로 대립하는가’ 였습니다. 평소 가까운 상대와의 대화를 살펴봅니다. 말하고 싶지 않거나 듣고 싶지 않았던 때, 오해를 사거나 불러일으켰던 때, 등 대화가 안된다고 여겨질 때 자신의 경험을 꺼내 살펴보았습니다. 그때그때 상대와 있는 그대로 대화해갈 수 있는 상태로 되고 싶은 바램이 드러나는 기회였습니다.

 

소통연구소에서는 일본에서 온 중국인 친구 ‘왕산’의 이야기를 듣는 모임도 가졌습니다. 사실, 먼저 관심있는 이들의 소규모 모임 후에 오픈 모임을 열어볼 생각이었는데 이 역시 코로나로 인해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사전 모임이라도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왕산과의 이야기는 여기 가볍게 소개되어있어요 https://udongsa.tistory.com/114 )

위트넘치는 사람들, 멋져요 ♥

그 외에 8월 말에 예정되었던 프로그램들, <일상풍요연구소>의 작은 퇴비함 만들기, 소창 헹주 손수건 만들기, <소통학교>의 자신을 알기 위한 세미나는 모두 연기,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경계단계가 완화되면 아주 소규모 모임으로 진행해보거나, 여의치 않으면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하거나 하려고 합니다. 어떻게든 만날 방법이 있겠지요^^ 

 오프라인 모임들이 조심스러워지니, 자신의 근황을 정리해서 소개하거나 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는 친구들도 있어요. 페이스북에선 '나 살아있어' 하고 생존(?)신고 사진을 올리는 이도 있습니다. 이런 위트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니, 역시 사람의 멋이 일상을 풍요로움을 만들어줍니다.  (오른쪽 이미지는 갱구언니가 주간 갱고의 놀이터라고 자신의 근황을 전하는 웹자보입니다. 이런 여유와 위트, 참 좋아요)

온라인으로 일본어 공부 모임을 한다던지, 요가수업이 열린다던지, 이런저런 새로운 모임들이 시도되고 있어요. ‘온라인으로 하는 건 영 별로지’ 라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동시에 감각도 변하는 것 같습니다. 만나고자하는 욕구, 함께 하고자하는 바램이 있다면, 방법은 계속 연구해가는 것이겠지요.

역시 경험해보지 않고 미리 예단해서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9월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 

그럼 20000.

우리동네 생.활.공.장.(생기와 활력, 공생의 장)을 시작합니다. 
※  우동사에서는 지역문화진흥원의 생활문화공동체 사업 지원으로 2020년 5월부터 12월까지 공동체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을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은 사람을 듣는 소통연구소, 의식주 등 일상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를 연구하고 해결하는 일상생활연구소, 농사활동과 제작활동을 통해 밀접한 관계의 장을 추구하는 시골살이도농교류연구소로  활동이 있습니다. 
  우동사는 올해로 10년이 됩니다. 10년이나 함께 살며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종종 질문을 받곤 합니다. 아마도 핵심은 사람들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이며, 그 관계의 핵심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상태, 상대방의 마음에 관심을 향하는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동사는 활동을 위한 관계맺기가 아니라 관계를 바탕으로 활동이 이루어지는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활동의 목적은 프로그램의 '진행', '흥행'이 아니라, 어느 프로젝트에서도 개개인이 생기와 활력을 회복하여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나아가는 장을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