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없는 일주일02_아빠 없는 두 번째 날~

2019. 12. 30. 00:02육아, 인간의 성장

*** 우율이 아빠 깡순은 12/28(토) 아침에 <나를 알기 위한 코스>를 들으러 일본으로 먼저 떠났어요. 우율이와 엄마인 여신은 다음 주 토요일(1/4)에 일본으로 가서 3박4일간 애즈원 스즈카 커뮤니티를 함께 탐방하고 돌아올 예정이예요. 엄마와 17개월된 우율이가 아빠 없이 일 주일을 어떻게 보내는지 공유하고 싶어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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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율이 아빠가 없는 두 번째 날이예요. 어젯밤 좀 일찍 잠에 들어서인지 우율이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에서 깨어났어요. 잠에서 덜 깨어 헤롱헤롱하는 엄마를 기다려 주기도 하고 서로를 쳐다보며 배시시 웃기도 했어요. 

아침으로는 어제의 두부전골 국물로 만들어둔 죽을 데워 먹었어요. 맛이 있는지 곧잘 먹어서 엄마는 우율이의 밥이 부족할까봐 우율이가 더 먹고 싶어하지 않을 때즈음 남은 밥을 먹었어요. 저도 먹는 걸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아가들이 먹는게 1순위가 되긴 하네요. ㅎㅎ

밥을 다 먹고 나니 짐&소라 이모, 삼촌이 왔어요. 10시즈음 오기로 했는데 더 일찍 왔네요. 자주 보던 이모, 삼촌은 아니라 조금 어색해 하는 우율이에게 계속 말을 걸며 친해지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우율이도 그 마음을 아는지 점점 가까워지는 듯 하더라구요. 무뚝뚝해 보이지만 예리한 시선으로 우야의 입술 밑 상처를 캐치해 내고, 키에 딱 닿을만한 싱크대 상판이 위험해 보인다며 모서리 보호대도 설치해줬어요. 덕분에 늘 생각만 하던 쇼파의 손잡이에도 보호대를 설치했어요. 

10시즈음 돼서 짐&소라 이모, 삼촌이랑 산책을 나가자며 옷을 입히는데 율이가 어색한지 엄마에게 계속 안기려 하더라구요. 그래도 웨건에 태우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빠빠이를 하네요. 어색함보다 산책이 더 좋은가봐요. 그렇게 이모, 삼촌과 우율이가 나가고 나서 엄마는 잠깐 숨을 돌리고 빨래를 삶고, 이불을 털고, 청소기를 돌리고... 헥헥... 아이들이 나가면 쉬고도 싶었는데 할 일이 많네요. 그래도 이렇게 오롯이 청소와 빨래에 집중할 수 있다는게 넘 감사하더라구요. 

청소를 마무리하고 점심 준비를 하고 있으니 산책 나갔던 우율이와 이모, 삼촌이 돌아왔어요. 보통은 오전 산책 중에 웨건에서 잠들 때가 많은데 2시간을 꼬박 놀다 왔는데도 자지 않고 눈이 말똥하더라구요. 그래서 잠이 안 왔나 했는데 저를 보자마자 칭얼대는 걸 보니 꽤나 졸린 모양이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니 함께 하는 산책은 즐거웠지만 아무래도 낯선 이모, 삼촌이라 오는 길에 잠이 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더라구요. 

<꽤나 친절하게 나온 짐 삼촌>


그렇게 들어와서 엄마가 두부김치를 만들며 밥을 차리는 동안 소라 이모랑 점심을 맛나게 먹었어요. 우야는 졸려서인지, 아님 뭔가 불만이 있는지 자기 식탁의자에 안 앉으려고 해서 엄마에게 안겨서 밥을 먹였어요. 덕분에 요리의 마무리는 짐 삼촌이 해줬어요. 

엄마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밥을 먹었지만 그래도 여럿이 같이 먹으니 이렇게 밥도 먹을 수 있네요~ 혼자 있으면 정말 때우듯이 먹을 때도 많은데...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짐 삼촌이 아주 깔끔하게 설거지와 정리를 해준 덕에 엄마랑 소라이모는 우율이랑 편히 놀 수 있었네요. 

<12kg 우야를 안고 있는 소라이모>


1시가 넘어 짐&소라 이모, 삼촌이 집에 가려고 하자 우야가 약간 울려고 하더라구요. 어제 이모, 삼촌이 갈 때도 그랬고... 그 전에는 이모, 삼촌이랑 정말 잘 놀다가도 옷을 입으면 쿨하게 손흔들며 안녕~ 할 때가 많았는데... 아빠가 없어서일까 싶기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조금 더 놀다가 2시즈음 낮잠에 들어서 2시간 반 정도를 푹 자고 일어나서 있으니 5시즈음 용자 삼촌이 짜잔~ 하고 나타났어요. 주짓수를 다녀와 배가 고픈 용자삼촌이 고구마를 먹으니 옆에 앉아 자기들도 좀 달라고 하고, 바나나를 먹고 나서도 용자삼촌의 바나나를 뺏어 먹으려고 하고... 그래도 셋이 그렇게 알콩달콩하는 모습이 귀엽더라구요. 

<용자삼촌의 고구마와 바나나를 노리는 우율이>


6시즈음 되어 나몬 이모가 남은 순대곱창볶음을 싸다줘서 엄마랑 용자삼촌은 볶음밥을 해서 먹고, 우율이는 계란찜과 김, 두부랑 밥을 먹었어요. 우야는 이번에도 식탁에 잘 안 앉으려고 해서 치즈로 꼬셔서 앉혔네요. 이렇게 회유(?)하고 조건부를 걸어서 뭔가를 하게 하는게 맘에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아기 식탁에 앉지 않으면 둘의 밥을 먹이는게 쉽지가 않아서...;; 

밥을 다 먹고, 우야와 율이는 차례로 엄마랑 목욕을 했어요. 어제 목욕을 안 해서인지 우율이는 목욕시간을 꽤나 즐기는 느낌이었어요. 다만 엄마는 둘의 목욕을 담당했던 아빠의 부재를 절감했네요. 17개월 동안 거의 8할을 아빠와 목욕했는데... 새삼 그 시간과 아빠의 애정, 노력이 고마워지네요. 

율이가 씻는 동안 삼촌이 우야의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줬어요. 그러고는 삼촌이랑 책을 읽고 있다가 율이가 나오니 우야가 갑자기 드라이기를 율이 머리에 갖다대며 삼촌에게 뭐라뭐라 하네요. 율이도 머리를 말려주란 말이었나봐요. 더 놀라웠던 건... 그러면서 드라이기의 콘센트를 꽂으러 가는 모습! 요즘 우율이 모두 참 많은 것을 보고 따라하는데, 우야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디테일한 것까지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의 성장을 보며 매일이 놀람과 감탄의 연속이지만 오늘은 정말 놀랐네요.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걸 생각하며 행동을 조심해야겠다 싶더라구요.  

우율이는 꽤 오래전부터 방구소리도 정말 잘 따라했는데, 요즘은 디테일이 더 생겼어요. 북 하는 방구소리는 낮은 목소리로 "아~"이렇게 따라하고 가죽피리 방구는 "푸르르"하며 입방구 소리로 따라하고... 냄새에 반응하기 보단 소리에 반응하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넘 웃기다는... ㅋㅋ 

엄마가 설거지 할 때까지 우율이랑 책보고 놀아주던 용자 삼촌이 간다고 하니 우야는 또 현관문 앞까지 따라 나가며 울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문이 닫히고 10초 정도 지나면 금세 사그라들긴 해요. 그 울음이 어떤 마음인지가 좀 궁금해졌어요. 아빠가 없는 허전함이 그렇게 나타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이모, 삼촌들이 모두 가고 우율이는 안방에서 엄마랑 책을 몇 권 읽고는 코 잠에 들었어요. 이제부터는 엄마의 시간~ 굿밤! ;)
(그치만 이 글을 쓰는 도중에 우야가 또 잠깐 잠이 깨고.... 흑... 이제부터는 푹 좀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