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없는 일주일04_그렇게 2019년을 보냈다.

2020. 1. 1. 23:23육아, 인간의 성장

*** 우율이 아빠 깡순은 12/28(토) 아침에 <나를 알기 위한 코스>를 들으러 일본으로 먼저 떠났어요. 우율이와 엄마인 여신은 다음 주 토요일(1/4)에 일본으로 가서 3박4일간 애즈원 스즈카 커뮤니티를 함께 탐방하고 돌아올 예정이예요. 엄마와 17개월된 우율이가 아빠 없이 일 주일을 어떻게 보내는지 공유하고 싶어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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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날> 

우율이 아빠가 없는 네 번째, 다섯 번째 날이 지나갔다. 함께 2019년도 지나가고 새해가 밝았다. 어제 아침엔 컨디션이 좋아지는 듯 보였던 율이가 오후부터 다시 고열이 시작되어 밤에 정점을 찍어 새벽내내 간호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힘들어 하며 우는 율이를 붙들고 함께 눈물이 난 새벽이었다. 그래서 하루 늦게 이틀치를 써 본다. 

 

네 번째 날은 2019년의 마지막 날인 12/31일, 아침에 일어나 율이 체온을 재니 거의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감격!! ㅠㅠ 체온을 재고 나서 온도계를 주니 서로 귀에 갖다대며 체온을 재주는 시늉을 한다. 요즘은 사람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다 따라해서 놀라울 정도. 율이는 열이 내려가니 컨디션이 제자리를 찾아 가는 듯 해서 안심이다.

<율이의 체온을 재주는(?) 우야>

어제는 용자가 우율이를 위해(가 아닐지도) 구입했던 곰돌이 옷을 입고 왔다. 처음 집에 와서 곰돌이 모자까지 쓰고 포즈를 크게 취하니 우야는 좀 무서웠던지 화들짝 놀라며 살짝 울기까지 했다. 모자를 벗으면 다시 관심을 보이다가 모자를 쓰면 다시 우는 걸 보면서 우야가 얼굴을 보고 사람을 인식하는게 많은가보다 싶었다. 

 

아침밥을 먹고 답답해 하는 우율이를 위해 세리&용자 이모/삼촌이 춥지 않은 도서관으로 나들이를 갔다. 원래는 용자 삼촌만 오기로 했는데 어젯 밤에 연락 줬던 세리도 함께 와주어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난 잠깐 동안 혼자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머리도 감아야 하고, 글도 좀 수정해야하고, 에벌빨래도 해야하고... 할 일이 많아 뭐부터 할지 고민이 됐지만 잠깐의 휴식이 그렇게 설렐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그들이 나가고 난 뒤 나도 모르게 신나서 “얏후!”라고 외쳤는데 그걸 세리와 용자가 웃었다는 얘기를 들었단다. 살짝 민망하긴 했지만 그만큼 신났었다 ㅎㅎ

 

머리도 감고 집 정리와 청소도 좀 하고, 밀린 애벌빨래 해서 세탁기도 돌리고 집 정리를 다해 갈즈음 우율이와 세리, 용자가 돌아왔다. 세리가 점심을 챙겨줘서 다 같이 점심을 먹고 후식으로 귤도 먹고, 차도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눌만큼 여유도 있었다. 

<점심식사 후 여유있는 한 때 (feat.곰돌이 용자삼촌)>

낮잠 시간이 되어 이모, 삼촌이 가고 난 피곤해서 누워있는데 아까 산책 중에 조금 잤다던 우율이는 아직 체력이 남아 있는지 간이 의자를 엎어서 그 안에 책을 가득 담고 끌고 다니고 난리...재밌어 보여서 첨엔 웃음이 나왔지만 그렇게 2시간 가까이 안 자고 놀고 있으니 나중엔 내가 넘 피곤해서 살짝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4시가 다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 때부터 조금씩 열이 오르는 듯 하더니 낮잠에서 먼저 깨어난 율이의 체온이 꽤 높았다. 컨디션이 안 좋으니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내 몸에 딱 붙어 쌀튀밥을 먹고, 그 후엔 안겨서 밥을 먹었다. 

<간이의자에 책을 가득 담으며 노는 우율이>

원래 저녁에는 세리가 오는 시간인데 마침 근희가 저녁 모임 가기 전에 들렀다 간다고 해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윤자가 맛난 토마토홍합스튜와 조개스튜를 해서 세리편에 보내주어 어른들은 맛나게 저녁을 먹었고, 우율이도 그 소스에 같이 밥을 맛나게 먹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율이가 나한테서 떨어지질 않아 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없긴 했다. (넘 정신이 없어 사진도 못 찍음)

 

이모들이 가고 우율이랑 책을 같이 읽고 자려고 하는데 몸이 안 좋은 율이는 금세 잠들었지만 우야는 잠이 잘 오지 않는지 영 잠을 못 들었다. 결국 또 2시간 정도를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덕분에 나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가 율이가 뜨끈해 열을 재보니 40도 가까이... 쌕쌕대고 있길래 물을 좀 먹이니 꿀떡꿀떡 한참을 마신다. 그참에 우야도 깨서 자기도 같이 먹겠다고 해서 같이 물도 먹고 천연약도 좀 챙겨 먹였는데,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 

 

힘든지 자꾸 뒤척이고 열이 떨어지지 않아 3시즈음엔 해열제를 조금 먹였는데 여전히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엔 물수건을 대주고 보일러를 좀 올려서 방을 뜨끈하게 했더니 땀을 꽤나 흘린다. 이제 열이 좀 내리겠구나 싶어 안심되었는지 그렇게 까무룩 잠이 들었다. 새벽 5시가 넘어 다시 재보니 그제야 열이 많이 내렸다. 휴우... 정말 다행이다. 

 

새벽에 열이 떨어지지 않는 율이를 보면서, 혹시 잘못 될까 싶어 어찌나 걱정이 되던지... 남편이 함께 있었어도 대처는 비슷했겠지만 함께 걱정하고 의논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막막하진 않지 않았을까 싶었다. 남편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고 남은 시간이 넘 길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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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세리 이모의 육아일기>

2019.12.31.
한해의 마지막날. 우율이랑 보내서 좋다.
용자도 있어서 든든하다. 산책도 하고 도서관도 갔다. 
도서관에서 한 장면은, 컴퓨터를 두드리는 아이를 안아 올리며 어머니가 ‘안되겠다, 시끄러워서 나가야겠다’ 고 했다. 
그 아이 누나도 뭐라고 했는데 자기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는 그런 말이었지싶다. 
나는 우야가 키스킨을 벗기고, 옆에 그 애기를 보며 따라하며 키보드를 건드리는 걸 지켜보던 중이었다. 
실은 못하게 하고싶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하고 싶은지 살필 여유가 없다. 
도서관 직원분이 싫어할거야 혹은 주변 엄마들을 의식해서, 우리가 덜 하다, 라고 안도하든지. ㅋ 뭐냥 ㅎㅎ 
아ㅡ 어른들 사이가 아이에게 가는가? 

어제에 이어 오늘 우율이 밥을 먹이며 어른들도 식사를 했다. 저녁은 윤희이모의 특식이었다. 근희랑 쐬주한잔 하면 딱 좋을 메뉴였는데. 사진찍을 새도 없이 마셨(?)다. 
여신이 약간 체기가 계속 된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보니 나도 그랬다. 
뭔가 꼭꼭 씹어먹기보다 아이들 먹이다가 약간 틈새가 있을 때 퍼드드 먹게 된다 ㅎㅎ 
그러니 아기들이 얼른 쑥쑥 먹어줬으면 척척 받아먹었으면 하고 조급해지니까 ‘아기들이 이렇다, 저렇다’라고 훅 가버리는 것 같다. 
용자나 여신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고 베테랑 선배들의 노하우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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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날>

아침에 일어나니 율이는 열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컨디션 난조였고,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율이를 안고 있으면 우야는 자기도 안아달라고 하는 통에 참 난감하다. 잠깐이지만 12+11kg를 함께 안으려면 정말 허리와 손목이 덜덜... 식빵을 구워 나눠 먹었다. 밥 한끼라도 거르면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하는 나지만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잔 뒤라 도저히 밥차릴 기운이 없었다. 그렇게 애들이랑 실갱이 하고 있으니 넘 힘들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 났다. 

<청소를 하는데 굳이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나선 우야>

다행히 10시즈음 근희가 왔고, 너무 답답해 하는 아이들과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고 장을 봐왔다. 근희가 맛있는 소고기 떡국을 끓여줬는데 이번엔 우야가 식탁에 안 앉으려고 해서 또 정신없는 점심식사가 되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 또 눈물이 나려고 했다... 아이들이 잠이 오는 것 같아 후다닥 정리를 하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 안방에 들어갔고 근희가 설거지와 뒷정리를 모두 하고 돌아갔다. 

<근희가 끓여준 맛있는 소고기 떡국>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심심해하는 우율이에게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꺼내 주었다가 더 멘붕... 수십자루가 넘는 색연필을 집어던져 다 흩뿌리고 물어 뜯고 난리... 내 상태가 좋으면 조금 더 여유있게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었을텐데 마냥 한숨만 나는 상황. 율이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계속 안거나 업고 있어야 하고... 우야도 계속 안아 달라고 하고... 흑... 멘탈이 탈탈 털릴즈음 저녁 담당인 소라가 왔다. 

 

새해인데 떡국도 못 먹었을까봐 매생이떡국까지 끓여서 왔다. 다행히 우야가 소라랑 잘 놀아서 율이는 내가 업고 우야는 소라랑 현관에 나가 신발장을 다 뒤져가며 놀았다. 율이가 배가 고픈듯 해 소라가 끓여온 매생이 떡국에 밥을 말아 고등어를 얹어 주었더니 꽤 잘 먹는다. 어제 저녁부터 계속 밥을 잘 안 먹던 율이가 밥을 잘 먹는 걸 보니 정말 반가웠다. 우야는 더 놀고 싶었던지 처음엔 식탁에 안 앉으려고 했는데, 고등어 구이로 꼬셔서(?)  겨우 앉혔다. 

 

요즘 우야가 식탁의자에 잘 안 앉으려고 해서 자주 실랑이를 하는데, 내가 여유가 없다보니 우야가 왜 그런지를 잘 살피기 보다는 자꾸 조건을 붙이거나 (이거 먹으려면 앉아야해), 협박을 하거나 (안 앉으면 못 먹는다), 억지로 앉히게 된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참 무거운데 내 코가 석자다 보니 참 어렵다. 그거 말고도 약 먹일때나, 양치할 때는 내가 자꾸 억지로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데 아이들이 매번 울거나 심하게 몸부림을 치고 싫어한다. 그걸 알면서도 무조건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그 외의 방법은 생각나지 않고 계속 강압적으로 하게 된다. 덕분에 우율이가 반항하는 방식은 더 격렬해진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어떻게 잘 풀어가야할지 모르겠다. 쩝... 이번에 애즈원 탐방때 이 부분에 대해 힌트를 좀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우율이가 먼저 저녁을 먹은 뒤 저녁에 다시 와준 근희까지 어른 셋, 아이 둘의 구조가 되니 그나마 순조로운 저녁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배가 불러 조금 안정된 상황이었고, 근희가 해준 파스타와 소라의 매생이떡국으로 든든하게 저녁을 먹었다. 매생이와 파스타 소스로 범벅이 된 우율이를 씻기고 있으니 세리도 와서 아이들과 잠깐 놀았다. 이모들이 셋 있으니 한 명(소라)은 설거지 하고, 둘은 놀아주고, 난 여유있게 씻기고... 넘 좋았다. 이래서 대가족이 좋다고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꽤 진지하게 스파게티를 먹는 우율이>

내일 먼저 일본으로 갈 세리는 먼저 돌아가고, 한의사인 소라가 가져다준 한약을 율이에게 좀 먹이고 난 뒤 우율이가 싫어하는 양치질까지 완료했다. 졸려하는 우율이를 안방으로 데려가 책을 몇 권 읽어주고 나니 금세 잠이 들었다. 어제는 그렇게 자기 힘들어 하더니!! 아마 오늘 여러 이모들이 와서 신나게 놀아준 덕에 본인들이 써야할 에너지를 잘 소진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잘 잠든 아이들 덕분에 어제, 오늘을 마무리 하며 이렇게 글을 쓴다. 어젯밤 율이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이러다  일본 애즈원 네트워크 탐방도 못 갈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의 상태를 보니 긍정적인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이제 이틀만 잘 보내면 드디어 우율이 아빠를 만날 수 있다. 만난다고 모두 해결되진 않겠지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 같다. 이번 일 주일을 보내며 일 주일이 이렇게 길었던가 싶다. 남은 이틀도 잘 보내보잣(버텨보잣)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