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석수 이야기 3 – 쉽고 간편한 음악 그렇게 연결되는 관계

2020. 5. 13. 11:41동네살이&일상/우리동네사람들 인터뷰

>2편에 이어서.

Q 다정 : 그리고 석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모니카 같은데. 하모니카는 어떻게 배우게 됐어요?

음악 누구나 하고 싶은데 어렵잖아요. 피아노 좀 쳐보다가, 아 어렵다. 기타는 손 아픈데. 돌고 돌아서 하모니카로. 근데 군대 가니까 들고 갈 수 있는 게 없어서 건빵 주머니에 하모니카 하나 들고 가서 몰래 연습하면서 많이 늘었죠.

 

Q 용자 : 하모니카를 하면서는 어떤 감각이에요?

되게 쉽다. 컴퓨터 키보드 자판 103키를 우리는 눈감고도 치잖아요. 그런데 하모니카 버튼이 20개예요. 그렇게 그냥 20개 치는 거예요. 다만 자판 칠 때 ㄱ누르고 ㅏ누르고 자음 가고 모음 가는 것처럼 하모니카 연주할 때도 어떤 걸 쳐야겠다는 생각은 하죠.

음악 한다는 건 되게 신나는 일이니까. 아직도 저한텐 로망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음악을 하면서 여러 가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제 친구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그런 것도 되게 좋고. 그런 면에서 하모니카는 좋은 악기라서 많이 전파하고 싶어요.

Q 다정 : 석수에게 하모니카란?

하모니카요?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거.

Q 다정 : 오 그게 제일 큰 장점이에요?

그렇죠.(웃음) 부르면 소리가 난다는 거?

Q 다정 : 쉽고 간편하다는 거?

그렇죠. 쉽고 간단하고 싸다.

 

Q 용자 : 볼음도에서 하모니카 워크숍 하잖아요. 어떤 걸 생각하고 있는지?

처음엔 재미는 없어요. 왜냐면 다들 기대치가 이쯤 되어있거든요. 요즘 다들 음악을 많이 들어서. 그리고 다들 자기가 못한다는 게 커서. 그래서 나도 그냥 음악 하면 된다라는 걸 조금씩 조금씩 일깨워 가는 과정이 재미라면 재미인 거 같아요. 기술적인 걸 몇 개는 해야 돼요. 잡는 방법이라던지, 부는 걸 어떻게 해야 된다던가 힘을 뺀다던가. 그런 걸 해가는 재미도 있겠고. 하모니카의 장점은 화음이 다 셋팅이 되어있다는 거예요. 뭘 눌러도 다 화음이에요. 대충 여러 명이서 삑삑 빽빽 불러도 피아노나 바이올린, 기타처럼 소리가 안 나는 현상은 안 일어나기 때문에. 아니면 목소리처럼 저음이, 고음이 안 나고 이런 건 없기 때문에. 그래서 다 같이 그냥 하모니카 불면서 자유롭게 박자를 가지고 노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요.

Q 용자 : 개인적인 경험은 301호에서 석수하고 하모니카 처음 불었을 때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내가 못한다는 감각이 내 안에 엄청 꽉 차 있을 때 석수가 부는 거 약간씩 알려주고 거기에 화음에 맞춰서 석수의 리듬을 얹어주는데 어 음악이 되네? 이런 느낌에 굉장히 자신감을 얻었어요. 아까 우주와 연결된다는 얘기처럼 그 경험을 통해 내 주변과 연결될 수 있다는 감각이 확 살아나는 느낌이었거든요. 아 이렇게 살고 싶다 이런 느낌. 음악으로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고 상황을 잘 캐치해서 이 사람한테 맞는 방법 이런 걸 찾는 센스가 굉장히 있구나, 하는 게 저한테 직관적으로 들었던 석수의 첫인상이었어요.

되게 좋은 얘기네요. 음악이 다 연결시켜주는 게 있죠 진짜. 말이 지금처럼 큰 힘을 가지기도 하는데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 만나기도 하잖아요 외국에서. 그럴 때 말은 안 통하지만 같이 놀았을 때처럼 비슷한 거죠. 스포츠 좋아하시는 분은 유도를 한판 한다던가 농구를 하던가 축구를 하던가. 그때 호흡이 오가는 것처럼. 음악으로 호흡이 한번 오고 가고 나면, 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 있는 거 같아요. 아 이 사람 괜찮은데? 이렇게. 참 기분 좋은 일인 거 같아요. 내 스스로에게도.

 

Q 다정 : 어느 정도 궁금한 건 다 물었는데,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좀 내려와야겠다인 거 같아요 저한테. 원래 더 방방 뜨고 그러거든요.

Q 다정 : 아 그래요? (놀람) 업 되어있다고요?

, 그게 외국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얻게 된 습이기도 하죠. 생판 모르는 남, 심지어 외국인의 집에 가는 상황들에서 내가 일부러 좀 끌어올려줘야 된다는 게 생기더라고요. 그래야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서 되게 하이(high)하게 지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표주박 시장 멤버들이 대만에 왔을 때 육체적으로 상당히 힘들었거든요. 열몇 명 사람들을 다 신경 써야 된다는 생각에. 먹을 것도 찾아줘야 되지, 애기들도 있으니 어떻게 도와줘야 될까, 뭘 어떻게 해줘야 될까 그런 걱정, 고민, 부담감에 불면증 상태처럼 오고. 과로라고 하면 과로인가. 그래서 텐션을 잘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많이 들어요.

Q 다정 : 앞으로의 다짐 같은? (웃음)

네 다짐입니다. 합시다 그렇게.

Q 용자 : 텐션을 낮춘다는 표현도 있겠지만, 무리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네 맞아요. 무리는 하지 말자. 열심히도 하지 말자. 그러나 열심히 하게 된다. (웃음)

[볼음도 비밀의 정원에서 이야기 나누는 다정,석수,용자]

 

용자 : 다정이는 소감이 어떤지?

다정 : 인터뷰 끝난 이후 더 이야기해보고 싶은 게 엄청 생겼네요. 인터뷰 글을 읽는 사람들도 저처럼 석수한테 더 궁금증이 생긴다거나 더 말 걸고 싶어 지는 부분이 생기겠다, 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재밌었습니다.

석수 : 용자 소감도 듣고 싶어요.

용자 : 인터뷰로 시간 안에 이야기하는데 마블 영화로 이야기하자면 이 사람의 성장기, 현재 상태, 이 사람의 능력까지 보여주려면 영화가 너무 길어. 이런 느낌. 그걸 단시간 안에 어떻게 표현할 건가 이게 나한테 좀 고민인 거 같고.

(*용자는 원래 인터뷰하는 영상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올릴 계획이었으나 영상이 날아감)

동영상이나 인터뷰 글을 보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피드백이 나오면 그것으로 2차적인 질문들을 만들어 나가고, 석수도 하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다면 그걸 찾아가고 싶네요. 세상과 연결되는 기록을 남기고, 연결해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면서 사람들의 인터뷰를 남기는 걸 내가 어떻게 하고 싶었을까 하고 저한테도 좀 묻게 되네요. 정적인 것도 있지만, 우리 생활을 좀 더 녹여서 보여주고 싶다. 석수의 느낌을 더 보여주고 싶다. 이런 느낌이 많은 것 같아요.

다정 : 석수는 어땠어요?

석수 : 저요? 말을 너무 많이 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정 : 말 많이 하라고 마련한 자리인데~

석수 : 그러니까. 그래서 그런 싸움을 하고 있어요, 내적 갈등.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하면서도 말을 많이 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두 개가 오가는 느낌을 받았네요. 아 그게 약간 외롭단 생각도 많이 해서. 저 같은 케이스가 흔하진 않잖아요. 대만에서 생활하고 일본에서 있고, 또 경제적인 활동을 안 하면서도 계속 여행을 다니고 이런 생활을 지내고 있다는 거 자체가. 그러면 희소한 얘기들이 많이 생기나?라고 생각을 하는데. 정말 그럼 어디까지 얘기하는 게 좋은 걸까요?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요. 그것도 사실 우동사에 와서 들어보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어요. 어디까지 사람들이 얘기하고, 그러면 어떻게 듣는 걸까 라는 부분도.

.

.

.

무엇이든 말해도 되

불과 함께 날아가 버릴꺼야ㅡ

동쪽 끝에 드디어 도달한

그들이 만든 문화에선

그랬었다

머리 속에 고민은

무겁게 잠기지만

불 앞에 이야기는

가볍게 날아가버린다

함께ㅡ

*석수 페이스북 글입니다. 출처 : www.facebook.com/seoksoo.ko

...(인터뷰 끝)

볼음도에서 새소리 들으며 나눈 대화를 옮겨 전해봅니다. 석수의 마지막 이야기처럼, 사람은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에 자신 안의 어디까지 이야기하고 있고, 그러면 상대는 어떻게 듣고 있는 걸까요? 그 이전에, 서로 정말은 어디까지 어떻게 이야기하면서 지내고 싶은 걸까요?

저에겐 석수와의 대화가 그 사람을 듣는다는 게 어떤 일인지 좀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석수의 단편만이 아니라 깊은 시간, 여러 나라, 다양한 사람을 거쳐 온 석수로 연결되어 다가올 때의 신비로움이 있었거든요. 제 안에서 일어났던 일처럼 이 글을 통해 동네 사람들에게도 석수라는 세계가 새로운 친구로 잘 맞이 되면 좋겠습니다. 볼음도에서, 301호에서 말 걸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