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동네 산책을 하다가

2019. 11. 28. 14:50동네살이&일상/겁없는 구겁들

2019.11. 22 김정인

 동네 산책을 하다가 아직 솜털이 막 난 듯 보이는 아기고양이가 길가에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 어떻게 하겠지' 하며 그냥 지나가려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지나치면 마음이 너무 무거울 것 같아서 금자에게 삽을 찾는다는 핑계로 전화를 걸었다.
"오공에 삽있어? 언니 산책하고 집에 오는데 고양이가 죽어 있는거야. 같이 가주면 안돼?"
금자는 지금 윤호랑 막 오공에 들어왔다고 잠깐 숨돌리고 나갈 때 같이 가자고 했다.

 사실 한편으론 그저 생명은 죽고 살고 그러는데 인간의 관점으로 '불쌍하다. 안됐다. 보고 있구나' 싶으면서 땅에 묻어주려는 생각을 하는것도 인간의 생각이겠구나 싶었다.굳이이렇게 묻어주러 갈 필요가 있을까? 또 한편으로는 '아 내가 그냥 지나치려니 마음이 안 편하네, 묻어주는 쪽이 편하겠다'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왔다. 같이사는 정아가 우리집 건물 밑에 고양이 온 거 봤냐며, 자기는 정훈이랑 여민이랑 새끼고양이를 보러 간단다. 나도 따라 나섰다. 가보니 어미 고양이가 '하악!하악!' 소리를 내며 새끼고양이를 지키고 있었다. 회색빛에 귀가 작은 어미 고양이, 까맣고 입가에 우유자국처럼 흰색 털이 있는 새끼고양이가 있었다. 그 고양이들을 보면서도 머릿 속에 아까 죽은 새끼고양이 묻어주는 것이 자리잡고 있었다. 건물 벽쪽에 기대 있는 삽을 들고 이왕 같이 나온 김에 언니 오빠들이랑 죽은 새끼고양이를 묻어 주고 싶다 생각해서 말을 걸었다. 
정아 언니는 사체 보는게 너무 힘들것 같다고 한다. 그럼 옆에만 있어주면 좋겠다, 같이 가고 싶다고 전하니 정아, 정훈, 여민이 그리고 단디도 나서서 함께 갔다.

죽은 아기 고양이에게 가니, 저 너머로 어미 고양이로 보이는 고양이랑 죽어있는 고양이랑 비슷하게 생긴 새끼 고양이들이 보였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까? 단디랑 묻어 줄만한 땅을 찾아서 단디가 삽으로 흙을 팠다. 땅을 파고 낙엽을 깔고 새끼고양이를 들어 땅에 넣어줬다. 새끼고양이를 손에 잡으니 몸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피가 흘린 흔적도 토를 한 흔적도 없이 마치 잠을 자듯 죽어 있었다. 털이 뽀송뽀송하고 깨끗해보였다. 이 아인 어쩌다 이렇게 빨리 죽어 버렸을까?

같이 넣어주려고 했던 츄르는 누군가 어미고양이와 새끼들을 위해 마련한 사료와 밥이 있어서 그 위에 뿌려줬다.
어미고양이는 허겁지겁 사료위에 있는 츄르를 햝아 먹었다.

추운 겨울이 오는데  
조양휴캐슬 빌라 밑 고양이들은 
죽은 새끼 고양이의 가족 고양이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게 되는 걸까?

painted by 김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