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삶 - 가을, 볼음도에서의 일상
*2018.12.5 발행된 잡지 10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단순한 삶 아침 6시 반. 푸른 새벽빛에 눈이 간지럽다.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켜고는 밭으로 나간다. 아직 축축한 흙속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고구마가 예쁘다. 그 붉은 귀한 보석을 다치지 않게 살살 구해낸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고구마를 캐다보면 어느새 해가 머리위에 와있다. 쌀쌀한 아침바람에 껴입었던 옷을 벗을 때다. 저쪽에서 밥 먹자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식사를 준비해주는 누군가에게 진한 고마움을 느끼며 반갑게 달려간다. 점심은 어제 담근 게장과 매운탕이다. 든든히 먹은 후엔 다시 밭으로 간다. 박스에 고구마를 담다가, 옆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다가, 아이들을 보며 웃다가, 철세 떼가 울며 지나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보면, 어둑어둑 산 그림자..
201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