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탐구회] '대화는 언어로만으로는 불완전하고, 또 물리적으로 인간적으로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겠구나'

2020. 9. 24. 09:382020 생(기)활(력)공장/2020소통학교

슬기로운 탐구생활<슬.탐> 프로그램은 9월부터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코로나 19 여파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온라인을 활용할 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슬.탐> 프로그램도 우려 속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9월 12일 처음 랜선 탐구회를 시도했어요.  당일 취소자도 몇분 계셔서 아쉬웠지만,  돌아보니 소수 인원이라 시간도 여유있게 그래서 더 깊게 이야기나눌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참가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9월 랜선 탐구회 이야기 전합니다.

***

9월 탐구회의 테마 역시 '대화' 입니다. 9월 탐구회 소식을 전합니다.  

 

테마를 함께 살펴보며

 

'좋았습니다. 기대했던것은 대화를 통한 생각의 확장이었는데 그런 지점들이 몇몇 있었어요. 제가 평소에 회의를 어떤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는가, 나는 그때 상대방에게 무엇을 바라고있었는가, 대화의 불완전성 등...'

'깊이있게 듣기'만 기대했는데, 나 자신을 알아차리고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


''상대가 나를 이렇게 보고 있다, 상대가 나를 이렇게 판단하고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의 해석일 뿐이라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부분도 해석이고 판단이며 생각일뿐 이라는 것도 큰 깨우침이었다.  이 두가지가 일상에서 나를 이해하고 배워가는데 오류로 빠지지 않게 도와준다. 내 생각이나 판단에 의지하기 보다 몸과 에너지와 그에 대한 나의감각, 감정, 느낌에 조금 더 귀기울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


'대화는 언어로만으로는 불완전하고, 또 물리적으로, 인간적으로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지점? 을 다른 사람들과 프로그램하며 생각해보았어요. '

'ㅇㅇ님은 어떤 걸 바랬는지 어떤걸 하고 싶었는지 물었고 그 내용을 듣는데 찡함이 있었다. 참가자들의 바램을 듣는데 모두가 잘 지내고 싶고, 열정을 쏟아 뭔가를 하고싶은 그런 바램들이 마음속에 있구나가 느껴졌다. ' 

탐구회 해보고 어땠는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직접 만나서 나누지 못한 점?

'직접 만나지 못한게 아쉬우면서도 좋은부분도 있었다. 먼거리를 이동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데, 편하게 쉽게 접속해서 좋았다. 하지만 직접 에너지 교류를 못하니, 얼마나 안전한 공간인지 가늠할수 없어 마음을 여는데 한계가 있었다.  
한 분이 접속이 불안정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게 아쉽다. 상대에 대해 '모른다, 알수없다라'는 마음이 생겨 좀 불편했다. 처음에는 계속 경계하게 되었다 그러다 중간에 접속 문제로 소통이 힘들다고 이야기 해주시니 사정을 이해하게되어 그 이후로는 마음이 놓였다. 

'인터넷이 안좋아 사람들 말이 끊기게 들렸다. 답답한 마음. 왜? 나는 뭘 하고싶은 걸까.  다시금 살펴보았다.
 잘 듣고 싶었고 참여하고 싶었다. 도움되고 싶었다. 재원에게, 참가자들에게. 그랬구나 봐지면서 답답한 마음도 누그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

'자신을 관찰하는 느낌으로 나를 바라보고, 함께 탐구했던 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 
구체적인 장면을 떠올리며, '내가 상대를 어떤식으로 파악했는가' 살펴보면서 
동시에 그 안엔 '내가 나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는가' 하는 부분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자신도 내가 파악하고 있는 것들 중의 일부구나. 
그 부분에대해선 특히 자각이 없었다.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탐구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 

epilogue

어찌보면 대화라는 것이 늘 불완전할지 모르겠다.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그 사람이라는  세계, 자신이라는 세계를 다 알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소설가 김연수는 그 '알 수 없다'는 전제가 소통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모르기 때문에 알고 싶어지고, 알려고 하는 것.

처음 시도해보는 온라인 <슬.탐>, 온라인이라 좀더 아쉽고 불완전한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씩 시도해보면서 온라인에서 만나는 감각들을 키워가보면 좋겠다. 

 

“나와 타인이 서로 다르며,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본심에 가 닿을 수 없다는 전제가 없다면 선을 행하는 게 어려워진다.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타인의 관점에서 자신의 행위를 바라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윤리적 행위는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시작된다.” 
- 김연수(2014). 소설가의 일. 문학동네. 157페이지 8번째줄부터 11번째 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