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우동사 N인N색 토-크쑈 2화 "건강한 일터, 돈벌이를 넘어" 

2020. 12. 11. 01:042020 생(기)활(력)공장/2020소통학교

우동사 주민들의 일상을, 주제별, 연사별 구체적 사례를 통해 듣고 나누어보는 자리, <우동사 N인N색 토크쇼>. 1화에 이어 2화가 1121일에 진행되었습니다.

 

2화의 주제는 건강한 일터, 돈벌이를 넘어

 

우동사에서 이뤄졌던, 그리고 이뤄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자리 실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볼 수 있었습니다.

연사로는 조정훈, 정재원, 남수정이 참여했습니다.

 

 

“일과 돈과 삶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지요.

건강한 삶을 꿈꿀 때 역시, 건강한 일, 건강한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동사에선 어떤 일자리 실험을 해왔고, 하고 있을까요? ”

                                                   -2화 홍보 문구  中

 

 

2건강한 일터, 돈벌이를 넘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기록합니다.

 

 

준비 중인 수정 .  더 빵빵해진 (!)  장비들 .

 

이번 토크쑈는 특별 스텝 용자의 지원이 있었는데요. 시설을 맡던 수정이 2화에선 연사로 참여하며, 용자가 시설 스텝 역할을 해줬습니다. 덕분에 IT요정 용자가 가진 빵빵한 장비들과 함께 진행! 더 큰 화면으로 참가자 분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이제는 익숙해진 Zoom 토크쑈.

 

2화도 전국 각지, 해외 등에서 총 12명의 참가자분들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함께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며 장을 열었습니다. 참가자분들의 우동사에대한 관심, 연사에대한 관심, 건강한 일터에대한 관심이 느껴졌습니다. 1화에 이어 2화에서도 만나게 된 반가운 분들도 많았습니다.

 

토크쑈 시작 !  왼쪽부터 다정 ,  수정 ,  정훈 .

연사 중 재원은 가족 행사 참여로 현장이 아니라 줌으로 함께했습니다. 연사가 모두 현장에 있지 않아도 가능한 비대면 토크쑈의 장점.😊

 

돈벌이를 넘어 건강한 일터를 향해 온 세 명의 연사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흐름으로 돈을 벌고 일을 해왔는지, 그리고 최근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한 명씩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으로 연사별 이야기는 시작되었는데요. 지금까지의 시도들, 경험들을 통해 발견된 자신의 모습과 보여 온 방향을 각자 나눠주었습니다.

 

 

재원 - “사람이 성장하는 장으로서의 직장이란?”

일본 스즈카 애즈원 커뮤니티에서 체류하던 시기의 재원. 가운데 빨간 옷이 재원.

 

우동사에 살면서 핸즈라고 하는 적정기술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는 회사를 아는 분들과 함께 시작하게 됐었고, 자연과 접해서 살아가려는 흐름에서 논데이(주말에 청년들이 모여서 논농사를 체험하는 프로그램)2년 정도 진행했었어요. 그리고 콩세알이라는 사회적 기업과 관련해서 콩 농사 2만 평을 지어본 경험도 있었네요. 지금은 애즈원 네트워크 코리아 활동과 병원 컨설팅 일을 하는 동네 친구 정진의 일을 돕고 있어요.

처음에 핸즈를 시작할 때엔 직접 손으로 만들고, 그걸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에너지를 자립해서 살아가는 게 이상적이란 생각이 있었어요. 핸즈에서 했던 활동들이나 워크숍들이 구체적으로 일상생활 변화에 영향을 미치거나 삶의 양식을 바꿔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데서 출발했죠. 전기 안 쓰는 햇빛 식품 건조기를 만들고 교육한다거나... 그 일을 2년 정도 해보면서는, 도시에서의 일상생활에 적용하긴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계속 이렇게 해 가는 게 맞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때의 제 상태가 기존의 기술 문명은 안 좋다, 나쁘다, 생태적 삶이 좋다, 에너지 덜 쓰는 삶이 좋다. 이런 데서부터 출발했더라고요. 이렇게 좋고 나쁨을 판단하게 되니까 기존에 있던 걸 배척하거나 부정하는 기반이 있었어요. 그런데 잘 살펴보면 워크숍도 생활도, 다 기존에 사람들이 쌓아 왔던 문명의 도움을 받아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는 기반에서 무언갈 해 가는 건 좀 어렵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리고 제가 30대 초반일 때 40~50대 분들과 함께 하는 환경에서, 궃은 일을 혼자 도맡아 하려고 한다거나, 가치나 방향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점점 불만이 쌓이고 그에 대해 혼자 고민하다 그만두게 되는 흐름이 있었는데. 이건 논데이를 할 때도, 콩 농사를 지을 때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고민되는 것들을 충분히 말하면서 하기보다 우선은 일을 하는 쪽으로 해왔더라고요. 그래서 쌓여있던 것들이 폭발하는 느낌으로 못 하겠습니다.’ 하면서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이러던 와중에 일본 스즈카 애즈원 커뮤니티를 만나게 되어 3개월 정도 체류하게 되었어요. 애즈원 커뮤니티에서는 농장, 도시락 가게 두 군데서 직장 체험이란 이름으로 일 할 수 있는데요. 체험하면서 느껴졌던 부분 중에 하나는, 일은 적게 하면 좋고, 개인이 하고 싶은 활동이나 여유시간을 확보하는 게 좋다, 워라밸 이라고도 하는 일과 휴식의 조화를 생각할 때 기본적으로 ‘일은 힘들다.’는 관점이 있구나 하는 점이었어요.

논데이 참가자들과 함께. 주황색 옷이 재원.

 

도시락 가게에서 설거지 거리가 많이 있어서 - 설거지 거리가 많네.’ 하고 힘든 느낌으로 생각했던 걸 이야기 자리에서 꺼냈어요. 그 이야기를 나누면서 설거지 할 게 많다는 건 그만큼 요리를 많이 했고 그날 만들고 팔린 도시락이 많은 거라는 지점에서 새롭게 생각해보게 됐어요. 도시락을 만들고 팔아서 사람들에게 맛있는 도시락을 전하고 싶다는 면에선 설거지 거리가 많은 건 기쁜 일 인데, 당시에 설거지를 하냐 마냐, 힘이 드냐 마냐만 생각하면 힘들고 어렵구나. 일을 보는 관점이 이렇구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어떤 일을 볼 때와, 내가 저 일을 하냐 마냐로만 볼 때 다르게 느껴졌던 게 인상 깊었어요. 이 일이 어떤 연관 속에서 그렇게 되고 있는가 하는 부분들이 제 머릿속에 들어와 있으니까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일을 대하는 관점들이 달라지고, 어떻게 일을 해 가고 싶다는 방향이 생겼어요. 지금은 일을 하는 그 사람이 실현하고 싶은 부분을 실현할 수 있는 장으로,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장으로서 직장, 일터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수정- “무슨 일을 하는가 보다 어떤 태도로 일을 대하는가

비전화공방 제작자로 활동하던 시기의 수정.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비전화공방 서울이라는 곳에서 1기 제작자로 1년을 보냈어요. 여러 기술들, 농사, 건축을 배웠죠. 대학교 다니면서 어떻게 살아야 될까 방황을 하다가 적정기술, 자급기술, 마을 공동체에 관심이 생겨 비전화공방에서 공부하게 되고 우동사에서도 살게 됐어요. 비전화공방 1년이 지나고 졸업을 할 때쯤 정훈이 제안을 해줘서 볼음도에서 같이 농사를 지었어요. 그때 저는 농사를 짓는 것으로 시작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었어요. 즐겁게 일하고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시골 생활도 즐기면 좋겠다, 그리고 생태 공동체도 건설하겠어! 하는 거창한 포부를 갖고 시작했죠. 하지만 시작한 지 2주 만에 환상이 깨졌어요. 농번기 폭풍을 지나며, 속으로 뭐지? 했어요. 내가 하고 싶다고 선택해서 포부도 크게 가졌던 일인데 왜 이렇게 힘들고 왜 불만족스러울까? 그걸 모르겠는 상태였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볼음도에서의 과정을 겪으며 일을 대하는 태도가 똑같으면 불만족스러운 상태는 똑같을 수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어요. 바라던 환경에서 꽤 편한 사람과 함께 일을 하는데도 여전히 볼음도 일을 끝내주게 잘해서 사람들을 많이 오게 할 거야’ 이런 성취나 타인의 인정을 중요시하며 일을 하는 상태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일의 성패를 곧 나라고 붙잡고 있는 상태가 있으니까 힘들구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일이고 그 일로 지금은 볼음도 활동을 하고 있으니 거기서 해나가는 캠프가 잘 되는 게 볼음도 활동의 성패이자 곧 내 인생의 성패다. 이런 게 무의식적으로 있었던 거 같아요. 근데 일이 잘 되고 안 되고는 변수도 너무 많고, 열심히 해도 잘 안될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일이 잘 되면 나 잘 살고 있어, 일이 잘 안되면 나 잘 못살고 있어 이러고 있으니까 정신을 못 차리게 됐구나.

그 이후로 일을 내 인생의 중심이 아닌 제 자리로 배치해놓고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내가 지금 어떤지 탐구하는 걸 가장 중심에 두니까 일의 성패에 따라서 흔들리는 나도 탐구의 소재 삼아서 해 가는 흐름이 생겼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새롭게 보이는 게 많았고요. 힘든 건 이겨낼 수 있는데, 내가 정말 그러고 싶은 일인가? 하는 질문들도 찾아오고. 대학교 졸업하고 소위 말하는 대안 사회로 방향을 틀면서, “이게 좋은 거야, 이게 답이야, 이게 사회에 필요한 일이야하고 좋은 일을 한다는 게 있었더라고요. 그런 걸 하고 싶은 바람은 있지만 그게 정말 나를 살리는 일이었나? 하는 질문에서는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런 전환이 있었던 거 같아요.  아 내가 나를 모르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이대로 지속하기보다 한번 놔보자 하는 생각으로 당시에 진행 중이던 볼음도 집짓기 프로젝트도 그만뒀어요. 그 결정을 할 때 일본에 계신 나카이상이라는 할아버지가 해주신 말이 결정적이었어요. 볼음도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 중인 제 얘기를 듣고, “수정, 쳇바퀴라고 알지? 열심히 달리고는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진 않은 거.”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애쓰고 노력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구나. 정말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대로 나아가고 있는가 어떤가를 모르고 있구나.

토크쑈 중 수정과 정훈

 

돈에 대해서도 돈이 꼭 필요하다고 고정해놓고, 그거 이왕 버는 거 어떻게 재밌게 벌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애초에 돈을 굳이 벌 필요 없고 삶이 안정된 상태라면 뭘 할까? 이렇게 생각했을 땐 노래 부르고 놀 거 같더라고요. 돈을 버는 것도 그런 것들을 실컷 하기 위해서 일 텐데. 그래서 돈 번 다음에 하지 말고 그냥 지금 해보자 하고, 그것부터 우선 해 가고 있어요 요즘은. 나를 살리는 일들부터

 

 

정훈 일과 놀이가 통합된 삶터

볼음도에서 정훈. 이 자리에서 늘 고구마를 구워줬어요.

이번 이야기 자리를 준비하면서 제가 어떤 식으로 돈을 벌어왔던가 돌이켜보게 됐어요. 20대 때는 서빙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전공이 중국어라 대학 시절 내내 통역 일을 했어요. 그 당시 저는 돈을 무척 많이 벌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장에 다니기보다 사업을 해야겠단 꿈을 안고 여러 시도를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주머니에 동전만 남아있는 걸 보고 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학과장실을 찾아가 취직하고 싶다고 어디든 좋으니까 소개해달라고 해서 소개받은 회사에서 일하게 됐어요. 투자 회사였는데 여러 가지 일들을 했어요. 주로 주식 투자 이런 것들을 했는데 제 성향에는 잘 맞는 거예요. 분석하고 이해를 통해 뭔가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주식 투자를 부지런히 해 본 결과 느꼈던 건, ‘아 기술적으로는 완성됐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일단 멈췄어요. 더 이상 하면 위험하다 이런 결론으로.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회의감이 드는 거예요. 그러던 차에 불교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불교 공부를 1년 정도 하다가 직장을 그만둘 수 있게 됐는데요. 돈을 많이 벌면 자유롭다고 느끼잖아요. 그런데 그게 정말 자유로워지는 게 아니라, 늘 쫓겨서 사는 거구나. 돈이 없는 상태로 가지 않기 위해서 쳇바퀴 돌아야 하는 그런 삶이었구나 하는 걸 알게 돼서 직장을 그만두고 정말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고민하게 됐어요.

운이 좋게도 좋은 친구들을 만났고 우동사를 시작하게 됐는데. 우동사에 와서 첫 번째로 했던 일이 김밥 장사였어요. 같이 살던 친구 한 명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김밥을 말아서 역 앞에서 파는 일을 3달 정도 했어요. 3달 하고 나서 초기 투자 비용 80만 원을 회수하고 접었어요. 적자도 아니었지만 흑자도 아니었죠. 그게 저한테는 상당한 분기점이 됐어요. 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기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내가 잘할 수 있었던 걸 하던 시기를 넘어서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첫 번째 일이었던 거 같아요. 김밥 장사 자체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우동사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돈 버는 시간을 최소화시키고 놀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했던 첫 번째 시도가 김밥 장사였어요. 그러고 나서 했던 시도가 <카페50>이라는 커뮤니티 카페였고요. 50명 정도 되는 주인장이 100만 원씩 출자해서 공간을 열었고, 김밥 장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어요. 하고 싶은 일들을 일자리로 만들어서 해보자. 김밥 장사를 딛고 좀 더 하고 싶은 일과 돈 버는 일을 결합시키는 실험을 했던 거였죠. 카페50은 그 당시 협동조합 붐이 불면서 상당히 잘 됐었어요. 5년 정도 했었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꽤 안정적인 직장을 제공했었죠. 그다음 실험으로는 동네에서 친구들과 같이 펍을 열었는데, 그 펍을 하면서는 관계가 엉망진창이 돼버렸어요. 같이 일하던 친구들끼리 더 이상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는. 펍과 카페50을 되돌아봤을 때 경제적으로는 꽤 안정적이었고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지 않았음에도, 일 했던 사람들이 과연 성장하는 직장이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진 않았구나, 돌아봐지게 됐어요. 안정감 있는 일터였다고는 말할 순 있어도 건강한 일터까지는 아직 아니었구나.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김밥 장사 이야기!

 

그러고 나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또 한 번의 실험으로 볼음도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요. 2016년도에 볼음도 농사를 한번 경험해보고서 쌀농사 만평을 지으면, 일 년에 한 사람당 천만 원 정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어요. 우동사에서 그 정도면 꽤 안정감 있게 살 수 있는 비용이거든요. 그런 기준으로 두 명의 인건비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죠. 경지를 늘려 논 10만 평을 하면 20명의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겠다. 꽤 엑셀스럽게 생각했던 거죠. 농사 자체에 대한 호감이 있기도 했고, 쌀이든 고구마든 늘 먹는 걸 건강하게 생산할 수 있고. 또 농사일을 일 년 내내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을 확보해서 여러 가지 활동들도 할 수 있으니 우동사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일자리란 생각이 들었어요. 볼음도 활동을 3년 해보면서는, 농사일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요즘 청년들에겐 낯선 일이고 또 농사일이 과연 일자리로서 안정적인가 이런 고민들이 생기면서, 다시 재고해보며 하고 있는 단계인데요. 저한테는 일자리 실험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한다, 그걸 위해서 돈을 번다’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게 정말 좋은 일인가?’ 라는 생각으로 가는 과정이었어요.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건데.돈을 벌기 위해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과, ‘내가 농사를 짓고 싶어서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돈은 부수적으로 생긴다’ 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작할 때는 농사를 지으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사람들에게 돈을 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일자리를 만들고 싶단 욕구보다는 사람들하고 고구마 농사지어서 같이 나눠 먹고 싶고, 쌀농사지어서 같이 나눠 먹고 싶은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만 평, 10만 평 자체를 하고 싶다는 건 아니었구나. 상상으로 갖는 이미지와 실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계속 바뀌고 만들어지고 실행해가면서 만족감을 얻는 차이랄까요? 그런 면에서 일과 놀이가 통합된 삶터로서의 일을 요즘은 생각하고 있어요. 

 

 

연사별 이야기를 듣고 참가자 분들의 질문도 다양하게 이어졌습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참가자분들과 단체사진.

 

질문

"노동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이 사람을 사용하고 사용되는 측면이 있고, 사람이 사람을 사용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아닌지 그 여부와 상관없이, 일의 규모나 방향성과는 관계없이 세 분 모두 내가 사용된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었는지, 또 내가 누군가를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있었다면 어떤 경우가 그랬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정훈의 답변

요즘 저에겐 사람끼리는 다 잘 쓰고 잘 쓰이는 존재구나 하는 게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이럴 때 어떤 관점에서 서로를 쓰고 쓰이느냐가 있겠죠. 저 사람을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같이 보느냐, 아니면 내 바람을 실현해주는 소중한 대상으로 보느냐 이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관계 맺음, 사회를 이룬다는 건 본래 쓰고 쓰이는 관계 속에서 훨씬 풍요로워지고 마음도 충족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쓰레기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세상에 쓰레기를 만드는 관계 맺음이 사람끼리의 관계 맺음 하고도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에 점점 쓰레기가 많아지는 건, 인간관계나 삶의 관점들 또한 어떻게 가지고 있는가가 드러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사람을 사용하고 사용되는 측면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며 쓰고 쓰이고 있는가. 요즘에 저는 사람들이 저를 잘 써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저 혼자 어떤 걸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말을 걸어주고 서로 원하는 걸 충분히 이야기 나누며 저를 잘 써주는 쪽으로 나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속에서 훨씬 풍요롭고 마음이 충족되기도 하고요.

 

 

 

이번 NN색 2화는 돈과 일에 대한 연사별 N번의 시도들을 들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리였는데요. 여러 가지 실험과 고민을 거쳐 앞으로 우동사에서 만들어질 '일자리'는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게 될까 기대되고 궁금해졌습니다. 또 일자리에 대해 관심 있게 시도하고 시행착오하고 고민해 온 정훈, 재원, 수정의 이야기가 고맙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일과 돈벌이도 어떤 일을 하느냐 보다 그것을 대하고 있는 자신 안의 태도가 중요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런 자신 안의 태도를 정말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면 일터로서도 건강하게 드러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건강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건강한 일터를 만들고, 서로를 소중히 쓰고 쓰이며 사람이 성장하는 일터를 상상합니다. 쓰레기 만들어지지 않는 관계 맺음과 세상을 상상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다보면, 어떤 모습과 어떤 표정으로 우리는 일하고 있을까요? 모두와 함께 상상해가고 싶습니다.

 

초롱초롱한 연사들.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은 3, “서로를 살리는 연애입니다.

우동사 커플 조금상, 이동하가 연사로 참여합니다. 이번 주제에 특별히 관심이 많은 MC 다정도 함께 만담 합니다.

1219일 토요일 오후 2, Zoom으로 만나요.

 

 

*참가신청

http://bit.ly/우동사n인n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