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 해야한다는 생각이 자꾸 남을 탓하게 만든다?

2019. 12. 18. 11:39Cafe 기웃기웃

올해, 우리는 카페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위탁 운영이나 임시 운영이 아니라 서초에서처럼 우리만의 공간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초조하고 날카로워지고 서로를 자꾸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이번 한여름은 공간을 구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물건을 사들이는 시간이었다. 카페 인테리어도 공간도 돈 쓰는 것도 다 처음 해보는 일투성이에 사람들의 잘되겠니 걱정을 들으면서 나를 포함한 카페 친구들은 초조해졌다. 지금 잘하고 있나? 잘되어가고 있나? 같이 일하는 저 사람은 일을 나만큼 하고 있나? 난 좀 열심히 하는 거 같은데? 나만 열심히 하는 거면 어떡하지?(좀 억울한데, 기운 빠지는데) 등등. 점점 곁가지가 불어났다.  

공간을 계약하고 주방 기기를 들이고 가구를 들이는 기간에 결국 사단이 났다.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호통 치는 여러 업자들 사이에 끼인 친구는 스트레스로 길에서 토하고 한 친구는 압박감에 더 초조해졌다. 서로 단톡방에서 날을 감추지 않았고 내가 힘든만큼 너도 힘들어야 해를 티를 냈다. 

누군가 짜증을 낸다...그게 나를 향한다 고 느끼자 왜 나도  짜증을 같이 내고 싶다 맞받아치고싶다 느껴지는 것인지. 짜증 다음에는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우위를 선점하는 건가? 그래서 뭐가 좋아지지? 

주방 기계를 들이고 아주 심하게 서로 날을 세웠던 날. 

사실, 시작은 카페를 잘 키워나가고 싶다는 같은 마음이었는데 꽃피워가는 과정이 왜이리 가시 돋히는 것인지.  일은 잘해야한다, 일하는 것은 모두 같이 똑같은 마음이어야 한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은 구분해야한다 등등의 ‘해야한다’ 는 것들 사이에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이라든가, 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모르게 되고 일 잘하자 하는 말 속에 진짜 뭐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많은 말들 속에서 해야하는 “당연한 것”이 정해져 버린 느낌이었다. 

결국 일을 멈추고 느꼈던 감정들을 나눴다. 그리고 일해야한다며 서로에게 그동안 하지않던 질문들을 했다. 요즘 너는 어떤지. 나는 어땠는지 어떤 감정들인지. 얘기 나누다 보니 무엇보다 떼돈 벌겠다고 하는 일이 아닌데 관계가 나빠진다는 느낌이 무섭고 괴로웠다는 말도 나왔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들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 해봐 라는 할퀴는 심정이었다는 것들을 얘기하면서 그 과정에서 그 마음이 사그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 지금 서운하다는 얘기하고 싶었네, 어른인데 어리광부리고 싶었네, 일은 이런건데 라는 마음 때문에 내가 어떤지 생각도 못했네.

 

그런 얘기들을 실컷 나누고 나니 날카로웠던 단톡방의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일하는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서로를 먼저 살피는 마음들이 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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