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반상회> 우리들의 이야기 1편- feat. 반가운 손님들

2020. 7. 31. 13:38동네살이&일상/동네살이 이모저모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셨다.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샘과 크리킨티센터 히옥스, 출판일을 했던 정혜윤씨 그리고 우동사 주민이었던 친구 고나가 방문했다. 작년 겨울 즈음 조한 한번 모시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 해볼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가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마침 조한샘이 치료 차 서울에 올라와 계시고, 시간을 내주실수 있다고 하여 성사된 자리였다. 겸사겸사 우동사 반상회 자리가 됐다. 

 어떤 자리가 될까?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을까? 평소에 칼럼이나 책에서 우동사에 대해 호의적으로 언급해주시곤해서, 우동사를 어떻게 보고 계실까 궁금하기도 했다. 지금 우동사라는 이름으로 인천 검암동 지역을 근거지 삼아 청년들이 함께 공동체로서 살아가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사회에 대해서 공부해가고 있는데 문화인류학자 조한이 보는 관점과 만나 어떤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다. 서로 사는 이야기 관심사를 나누는 가벼운 반상회일 수도 있고, 기후 위기의 시대 코로나 시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라는 어찌보면 절박한 질문에 대해 서로 지혜와 마음을 모으는 자리이기도 하겠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우동사 식구들도 오랜만이 여럿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자리를 통해, 가깝게 살지만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손님이 가져온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손님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조금은 산발적이지만 간략하게 갈무리해보았다. 

 

우동사는 지금? 

조한 : 우동사는 계속 관심을 갖고 있다. 기본소득 이야기가 몇 해전부터 나오고 있다. 월 70만원 정도면 살수 있다 그런 얘기를 하면 청년들에게 욕을 먹는다. 200만원은 되야 먹고 산다며 어디가서 그런 이야기 하면 안된다고 화를 낸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200만원으로 사는거지만, 그 체제랑 생각흐름이 다르지 않나. 같이 살 수 있는 존재로서의 삶이 가능한 것을 우리가 원하는거고, 그런 걸 우동사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런  맥락이서 우동사를 엄청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런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요새도 70만원이면 살 수 있나 이런 궁금증이 있는거죠.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는 방식이잖아아요.

그리고 나는 항상 확장에 관심있으니까.  그런데서 우동사는 관심이 있고 만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모인 건 어떤 간절함 같은 게 있어서 모인거 아닐까. 그런 걸 공유하는 자리면 좋겠다.

히옥스 : 오늘도 서울시에서 긴급회의를 통해 다시 코로나 강화조치를 하겠다 했다. 벌써 7월인데 올해는 거의 사업을 못하다 시피 한 상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우리 센터가 이런 상황에 대해 가장 생각을 많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나 재난. 그런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까 정말 뭘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청소년들 생각하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들 온라인으로 뭔가 해보는 것들은 계속 해오고 있긴했다.

그 동안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던지, '좋은 삶이나 좋은 사회가 뭔가'라는 질문을 계속 하다가, 갑자기 청소년들에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물어봐야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90년대생이 온다'

다정 : 전 우동사 산지 3년 됐어요. 동생이랑 같이 와서 살고 있는데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열살 정도 터울 위의 언니와 오빠들 속에서 관심과 지지 속에서 지내는 느낌이다. 그렇게 지내오다가 어떤 좀 뭔가 부족한 부분이 느껴졌다. 아직 나랑 (동생) 수정이는 좀더 놀고 싶고. 뭔가 좀더 해보고 싶은데, 언니오빠들 에너지랑 좀 다른 것 같다. 에너지를 좀더 발산하고 싶은?..  그리고 고민이 비슷한 친구들,  이를테면 일을 어떻게 할지, 연애나 결혼을 어떻게 할지 이런것들도 또래들과 같이 고민해보고 싶더라. 그래서 얼마전부터 20대 또래친구들 만나는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굉장히 우동사 살면서 좋았던거 같아요언니오빠들한테 사랑 많이 받고 있구나그런 걸 또래들한테도 전하고 싶다.

좀전까지 아래집에서 놀고 왔는데, 언니 오빠들이 기웃기웃하면서 보고가고, 아이스크림 넣어주고 콜라주고 가고. 물질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이 서포트 받고 있는 느낌. 언니오빠들이 봐주는 게 참 좋다. 그런 게 제 또래들한테 지금 필요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면 친구들 대부분 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다. 스스로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도 잘 감지하지 못하고, 그러니 다른 사람한테도 말할 수 없고. '말 못하는 병'에 걸렸다고 표현하는 친구들이 있다. 한편으로 우울증이라고 표현되는, 약을 먹거나 하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동네언니 오빠들 많이 연결해주고 싶다.

 

볼음도, 동아시아, 새로운 만남의 장 개더링, 그리고 계속되는 실험

정훈 :  작년에 제가 이병한 샘이랑 개벽학당 수업하면서 유라시아 공부모임을 동네에서 3년 정도 친구들과 같이 하면서 작년 겨울에 운남성에 가서 한달 동안 학사를 차려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근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림을 그럴듯한데 알맹이가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 부족한게 뭔지는 잘 모르겠고, 답사 위해 운남행 티켓은 끊어놓고. 근데 그 와중에 개벽학당에서 활이 표주박 시장(각주1)에 대한 얘기를 해줬다. 듣고, 딱 이거구나 해서 운남프로젝트를 다 접고 정아여민이랑 같이 3주 정도 표주박 시장에 가서 지내면서 앞으로는 이 흐름이겠구나 하는 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돌아와서 5월에 볼음도에서 이걸 해봐야겠다 하고. 표주박 시장 참가했던 사람들 흐름과 우동사 친구들 흐름, 그리고 활랩이나 개벽학당 친구들 크게 세그룹이 모여서 한달 동안 재미있게 놀았어요. 사람들이 불때서 밥먹고 하는 것 속에서 하나는 사람들이 생기가 있어지는 느낌이 되는거랑 예전에 활이 장작에 불이 안붙는 건 일단 장작을 말려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느낌이 있었어요. 젖은 장작이었던 사람들이 점점 말라가는 느낌. 그리고 사람들이 되게 친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한달정도 잘 놀고왔어요 이번달부터는 일주일 캠프라던지 이런저런 버전으로 실험해보고 있다. 하고 났더니 이색적인 사람들이 많이 오다보니까 볼음도 주민들이 많이 놀라시기도 해서 그런 이야기. 여러 인프라를 어떻게 마련할지 등 여러 준비해갈 것들이 아직 있어요.  볼음도라는 섬의 위치나 이런게 갯발도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 장기적으로 볼음도에 있는 자원들을 살려서 여러 실험의 장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느리지만 조금조금씩 해보고 있어요. 활(박활민)과 그런 개더링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요즘 시대의 하나의 활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흐름으로 갈지 계속 실험하고 있어요. 5월에 동아시아 캠프로 내걸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대만, 일본에서 사람들이 못오게 되서 다시 시도해볼까 하고 있어요. 

 

친구아버지의 환갑잔치  ;  친구의 아버지를 통해 우리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다 

정진 :  얼마 전 아버지 환갑 생일 때 부모님이 우동사 집에 와서 같이 식사하셨다. 친구들이 아부지아부지 어머니어머니 하니 마음이 확 열리셨던 것 같다. 같이 사는 디자이너 친구가 '축 환갑' 그림 그려서 문에 붙였더니, 그걸 떼 가서 차에 붙이고 다니시기도 했다. 여러 동네 친구들이 와서 케익 초 꽂아서 축하해드렸는데, 영상 찍었는데 그걸 엄청 반복해서 보시더라. 자식같은 동네 친구들 여럿 속에서 마음으로 축하받는 게, 기존에 환갑잔치 식당에서 음식차려서 플랭카드 걸고 그런 거랑 다른 경험을 하신 것 같다. 뭐 필요한거 없냐고 종종 물어보시고 집에도 놀러오시곤한다. 

용자 : 정진 아버지랑 친해져서 이야기도 잘 나누곤 한다. 저희 아버진 자기 이야기를 못하시는데,  아버지 이야기들으면 우리 아버지도 그랬을까. 우리 아버지를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친구 아버지가 말을 츤데레처럼 돌려서하는데, 그런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우리아버지한테는 그렇게 안되는데. 친구의 아버지 마음을 열어낼 수 있다면 우리아버지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일잔치 할 때 옆에 있었는데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오면 그런 걸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우리 동네에서 이렇게 하고 살고 있는데, 엄마 아빠도 우리동네 오면 좋겠어.. 이런 마음.

누구의 아버지가 오셔도 도와드리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런거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런게 있어요.

조한 : 긴 시간 시간을 공유한다는 게, 그런 관계의 폭이 넓다는 것이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 같다. 

 

나는 부도수표?  부모와 나, 일방적으로 받는 게 아닌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였구나

윤자 : 여기 있으면서 (부모님과의 관계가) 전 조금씩조금씩 변해온 거 같아요. 부모님이 여기 있는거 싫어해서 나갔다들어왔다 몇번했어요. 부모님이 처음 오셨었는데 너무 싫어하시더라. 다른 친구들은 처음엔 이상하게 여겨도, 우동사와서 친구들 사람들 만나고 나서는 마음이 열리고 좋아하더라고 하던데, 우리엄마는 부랑자 같은 애들이랑 산다고 더 싫어하셨다.  그래서, '잘 세팅안된 모습 보이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몇년 째 여기서 지내고 기웃기웃 카페하고 올해부터 볼음도 하고 있다. 한 7년 넘어가다보니까 '우리 애가 계속할건가보다' 해서 엄마도 모드 전환이 됐다.

우동사에서 아이들 보면서 느낀게, 그 전엔 '애기들은 사랑을 해줘야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애들이랑 놀면서 느낀 게 '애들은 사랑을 주는 존재구나'. 그러니 우리엄마한테 내가 엄청 사랑이었구나. 존재 자체로 기쁨을 줬겠구나.  예전에는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이러고 있는데, 이 부도수표 어떻게 하지… 엄마가 투자실패했는데 나 어떻게 하지 생각했다. 그런데 아는 선생님이 하는 말이 투자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상품은 투자자 걱정안한다고 하더라.

이렇게 부무와 자식은 사랑을 주고 받는 존재였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라는 걸 작년에 표주박 시장가서 크게 와닿았고, 그리고 올해 볼음도에서 아이들이 노는 거 보면서도 그랬다. 예전에는 포장하고 경쟁피티하는 느낌으로 엄마한테 이야기했다면 지금은, 어쨌든 엄마는 나를 좋아하고 나랑 연결되고 싶으니까. 내가 하겠다고 하니까 '땅을 사주까 우리가 너 있는대로 이사갈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아 우리엄마 나를 이렇게나 좋아하는구나'… 엄마도 나도 변화된 게 있는 거 같다.

조한 : 기쁨을 주는 존재를 온전히 자기가 감당하면서 키우는데, 아이들 돌보는 것은 다른 존재를 온전히 자기가 돌보겠다라는 마지막 집단인 것 같다. 무모한 집단

 

 

각주1. 표주박시장은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장기 개더링 프로그램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켄고망 가족과 동아시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함께 먹고 이야기나누고 자고 나름의 생활을 하며 지내는 캠핑형 개더링(?) 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문명, 경제에 대한 재미난 실험이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더 궁금하신 분은 석수라는 친구가 소개한 표주박시장 포스트를 참고하세요. 

https://blog.naver.com/kaizer5/221801924677 

https://blog.naver.com/kaizer5/221801887210

 

표주박 시장 공유회 녹취

​2020. 2. 2​​한국 인천, 우리동네사람들, 마을까페 서점 잇다 / 표주박시장 공유회​​韓国仁川、ウ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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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반상회 우리들의 이야기. 2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