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불멍]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2020. 5. 1. 22:33볼음도 프로젝트

1편에 이어서

Q 한달 반 정도 준비기간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준비하면서 어땠는지 궁금하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던지 있나. (셋은 3월중순부터 매주 3-4일씩 총 여섯번 볼음도에서 캠핑을 하면서 ‘불멍’을 준비했다)

정훈 : 몇 가지가 떠오르는데, 일단 관계에 대한 게 있다. 처음 5월 캠프를 준비한다고 같이 시작하긴 했지만, 그때 캠프를 어떻게 할지도 모호한 상황이었고 캠프가 끝나고 나면 이후에는 나 혼자 하게 되려나 생각했었다. 좀 외로운 느낌일까. 단디나 윤자와 ‘같이 한다’는 느낌보다 내가 이들을 맞이하는 느낌이 있었다. 근데 준비 캠프가 거듭될수록 점점 단디나 윤자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생겼다. 든든하게 느껴졌다. 물을 뜨러가자고 말을 걸어와도 그냥 맡기곤 했다(아직 캠프장에 급수 시설이 없다). 예전같았으면 내가 힘들어도 ‘그래 가자!’하고 나섰을 것 같다. ‘이건 내 일이니까’ 하는 책임감 같은 걸로 그렇게 움직였을 거 같다. 그런데 이번에 둘에게 탁 맡기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그런 변화가 캠프 준비하면서 나에게 제일 크게 일어난 부분이다.

재밌었던 순간들은, 처음 캠핑을 하는데 강풍이 엄청나게 불었다. 재난 경보가 올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텐트 속에서 덜덜 떨면서 밤에 잠을 잘 못이루었다. 그리고 두 번 정도 그곳에서 영화를 같이 봤다. 거기서 본 영화가 볼음도 상황하고 너무 절하게 맞았했다. 하나는 ‘서바이벌 패밀리’, 다른 건 ‘우드잡’이라는 영화다. 그렇게 비밀의 정원에서 같이 영화 보는 것도 좋았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비밀의 정원에서 닭을 키우고 싶어서 병아리를 사다놓았었다. 그런데 갈때마다 병아리가 몇마리씩 사라졌다. 죽어 있기도 하고 어디론가 없어져버리기도 하고.

또 하나 생각나는 건, 윤자가 처음에는 불을 전혀 못 피웠다. 불을 못 피우는 사람의 상징적인 특징이 나뭇가지에 라이터를 대고, ‘왜 불이 안 붙지?’ 하는 느낌이다. 서울여자 이미지랄까. 이제는 큰 불을 탁탁 피워가지고 냄비밥을 정말 맛있게 끓인다던지, 장작을 마련해놓는다던지 하더라. 한달만에 윤자한테서 이런 변화가 있었다니, 윤자를 알고 지낸 지 거의 7년인데 이렇게도 변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사람들이 변화해가는 과정그리고 내가 변화해가는 과정. 이런 게 좀 재밌다. 

A 단디 : 우리가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 이번 캠프의 타겟은 30대 여성이다. 윤자처럼 도시의 삶에 익숙한, ‘시골에서의 삶은 난 관심없어’ 하는 30대 여성이다. 그들이 여기와서 즐겁게 지내고 변화해가는 걸 보고싶다. 우리가 늘 조심하고 있는 게 있는데 우리 컨셉이 ‘나는 자연인이다’ 쪽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다. 아주 미묘한 작은 차이인데, 어떻게 하면 ‘나는 자연인이다’가 되고 다르게 하면 ‘리틀 포레스트’가 된다. 그래서 가능하면 등산복을 안입는다.

윤자 : 중요하다 그거! 내가 동영상이나 사진을 많이 두 사람이 계속 등산복을 입고 나와서 사진이 영 별로였다. 복장을 바꾸자고 말했다.  

윤자 : 나 같은 경우 준비기간 동안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까. 처음엔 이런저런 것들에 당황스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동시에 낯선 곳에 있기 때문에 만나게 되는 감각이 되게 좋았다. 너무 낯설기 때문에 뭔가 확 들어오는... 이렇게 안 되면 저렇게 하면 되고 안되면 또 다르게 해볼 수도 있는 길이 생긴 느낌.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처음엔 불도 못 피우다가 이제 곧잘 피우게 됐고 장작도 막 주워온다. 도끼질도 톱질도 배웠다. 지난 주엔 장작도 팼다. 우리끼리 이야기로는 랩업 한다고 하는데, 쪼랩에서 시작해서 점점 올라가고 있는 중인데 그런 게 재밌다.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는 나도 바람이었다. 바다도 그렇고 바람도 그렇고, 자연환경이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다. 바람이 세게 불어도 집에 들어가면 피할 수 있지만, 밖에 있을 땐 다르다. 그날 텐트가 무너질 것 같았다. 엄청 무서웠는데 단디나 정훈한테 티를 안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가보다’ 하면서 혼자 무서워하고 있었는데, 아침에 물어보니 두 사람도 별로 못 잤다고 하더라.

(단디 : 나도 무서웠어)

같이 준비하면서 초반에는 캠프 진행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지, 마음이나 각자는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어떤 주에 우리 셋만 들어간 적이 있다. (다른 때는 동네 친구들이나 개벽학당 친구들 몇몇이 함께 들어가곤 했다) 그때 서로 뭐가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친구들에게 더 기대고 치대고 싶단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확 몰입하게 된 순간이 왔다. 그게 제일 좋고 기억에 남아있다. 나는 ‘기웃기웃협동조합’에서 대표로 있다보니까 책임감으로 움직이는 게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는 기댈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내가 앞에 나서지 않아도 되고. 뒤에서 두 사람 음식을 챙겨준다던지, 안 보이는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데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쪽에서의 기쁨을 느끼는 게 되게 좋다. 그런 순간순간들을 경험하는 게 좋다.

또 하나는 내가 소비주의 지향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단디와 정훈 두 사람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다. 고물상이 꿈인 두 사람. 이것저것 주워오고 잘 버리지 않는다. 한달 같이 있으며 그런 모습을 보니 내 생각도 변하더라. 그런 내 변화를 보는게 재미있다.

A 단디 : 에피소드가 많다. 인상 깊은 거 중에 하나는 나도 바람이다. 처음 왔었을 때 거의 태풍급의 바람이 불었고 그 후에도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한번은 내가 마음먹고 굉장히 좋은 텐트를 중고로 하나 샀다. 어릴 때부터 로망이던 큰 텐트. 내부도 넓고, 전실도 있는 5~6인용 텐트였다. 그런데 그게 바람에 무너졌고 폴대가 완전히 부러져 버렸다. 내 텐트가 제일 크고 튼튼했는데 그런 내 텐트만 부러졌다. 다른 사람의 엄청 싸구려 텐트는 안 부러지고. 그때 좀 깨달음이 왔다. 이 캠프에 와서도 도시에서의 비싼 것, 좋은 것 이런 지향을 내가 갖고 있었구나. 텐트 자체가 워낙 소박한 아이템이니, 텐트정도라면 좀 큰 거 가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텐트 자체가 워낙 소박하니까 그러니까 좀 큰 텐트 써야지 했는데. 장소만 바뀌고 카테고리만 바뀌었지, 큰 것 좋은 것을 취하려는 마음의 자세는 비슷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성하면서 텐트를 철거하는데 어찌나 힘든지. 다 철거하고 조그마한 텐트로 바꿨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6주간이지만, 그 사이 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구나. 그렇게 매번 좌충우돌하며 준비한 캠프. ‘캠프 불멍’을 통해서 그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궁금했다.

Q. 캠프 불멍을 통해 해보고 싶은 게 무엇인가? 오는 사람들에게 어떤 자리가 되기를 기대하나?

 

정훈 : 얼마 전에 뒷간을 수리했다. 인스타 갬성으로 예쁘게. 단디랑 수리를 하면서 사람들이 오면 화장실을 어떻게 쓰게 될까 이야기를 나눴다. 예쁘게 꾸몄지만 더럽다고 여기지 않을까? 어쨌든 푸세식이라 똥도 그대로 보이고, 재나 낙엽을 뿌려서 쓰는 식이니까.

나는 이 뒷간의 역사를 알고 있으니까, 이게 점점 개선되어 가는 것들을 보며 애정이 생기더라. 그래서 그런지 똥이 다시 쓰임을 찾을 수 있게 텃밭에 거름이 된다거나 이런 걸 고민하는데, 이런 과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더럽다고 느끼지 않을까.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런 캠프는 아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기 똥이 어떻게 나오고, 그게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관리가 되는지, 이후에 어떤 식으로 쓰이면 좋을지에 대한 그런 이야기들이 남을 수 있는 장이 되면 좋겠다. 자기가 쓰는 거, 입고 먹고 하는 것들이 어떻게 와서 어디로 가는지. 똥뿐만 아니라 설거지나 불을 쓰는 과정도 그렇다. 도시에서는 물 탁 내리면 없어지고. 쓰레기를 봉투에 싸서 내놓으면 없어지고… 사실 그게 어디로 다 가는 것 아닌가.  

이건 아이디어 중에 하난데, 후라이팬에 자기 똥을 싸서 그걸 퇴비 통에 갖다 놓는 걸 해보고 싶다. 자기가 자기 똥을 처리하는거다. 그런 게 사람들한테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

윤자 : 나는 미야자키의 표주박 시장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주일밖에 안있었는데 나를 확 바꿨던 것 같다.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일본사람이 대부분이고, 대만사람들도 있고 그러다보니 말이 안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말을 돌려하지 않았다. 짧게 짧게 브로큰 잉글리시나 일본어로 대화하다보니, 돌려말하기가 안되는 거다. 처음 보는 사람끼리 ‘너는 어떻게 살고 싶어’ 이런 이야기를 한다던지.

모닥불과 음식이 있는 자리는 사람들이 모이더라. 처음보는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가지고 ‘넌 어떤 삶을 살고 싶어?’ ‘ 이제까지 어떻게 살았어?’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며 마음의 벽이 없어지는 느낌. 그런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하고 싶어지는 것들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표주박 시장에 가족단위가 많이 왔는데 애들이 세명인 경우가 많았다. 애들끼리 노는 모습, 애들을 데리고 사는 모습을 보며, 너무 행복하구나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런 게 가능했는데 나는 몰랐네, 내가 못봐서 몰랐네 이런 느낌들이 있었다. 여기서도 연습해 보듯이 불을 피워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싶다.

내가 그랬듯, ‘어머, 이거 뭐야’? 하는 새로워질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램과, 따뜻함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그런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다.

단디 : 나는 볼음도에 있으면서 좋은 물건, 예쁜 물건, 이런 것에 대한 기준이 바뀐 것 같다. 그동안 작업하면서 입던 면바지가 많이 낡고 찢어졌었어요. 이런 바지들은 도시에서 입고 나가기는 좀 그런데 볼음도에서 정말 잘 어울리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새로 산 깨끗하고 말끔한 백팩은 뭔가 볼음도랑 잘 안어울리는 느낌이더라. 단순히 시골에서는 때가 타고 낡기 쉬우니까 안 좋은거 써야지 하는 게 아니다.  볼음도에서는 말끔한 거, 새 거 혹은 합성섬유 같은 것들이 굉장히 안 어울린다. 자연소재의 물건이 이질감이 없이 자연스럽다.이거 새로 샀어’ 이런 건 약간 부끄럽고 하수의 느낌도 있다. 누구한테 얻었다라거나 물건에 스토리가 있는 게 훨씬 좋더라. 특히 볼음도에 갈 때 쓰는 트럭 ‘봉다리’가 2003년 트럭이다. 반장님 지인으로부터 얻어서 수리해서 쓰고 있다. 낡은 봉다리가 볼음도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새 물건을 사는 건, ‘소비사회에서 환경을 파괴하니까 안좋아’, ‘자본주의 시스템을 계속 작동시키게 되니까 안좋아’ 하고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 낡은 옷이 훨씬 멋있잖아!’ 하는 느낌이다.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가지고 사용하고 있을 때 훨씬 더 고수인 느낌이기도 하고(웃음)

워크샵을 준비하면서도 도끼를 여러 개 새로 샀는데, 그게 좀 그렇더라바로 어제 쿠팡에서 로켓배송으로 받은 도끼입니다는 것보단 ‘이 도끼는 제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5년 된 도끼입니다’ 라는 쪽이면 훨씬 간지 난다.  좋고 나쁨이 도시와는 역전되는 느낌. 그런 감각들이 이곳에서 같이 길러지면 좋겠다.

(좌. 봉다리와 정훈. 우. 버려진 골동품 가방을 겟하는 정훈과 단디)

듣다보니 비밀의 정원에서 등산복이나 빳빳한 새옷을 입는 건 이질적인 느낌이 들 것 같다. 헌옷이 주는 편안함이 있는 것 같다. 감각적으로. 단디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Q. 지난 번 단디가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고 와라, 맛있는 물건, 사고 싶은 물건이 많을거다’ 라고 했다. ‘불멍’의 모티브인 표주박시장을 열었던 켄고망이라는 분이 ‘다음 사회는 시장이다’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들었다. '불멍'에서 시장이 열리나, 어떤 시장이 열리는 것인가?

 

A 정훈: 켄고망이 했던 이야기는 마사키 센세라는 켄고망과 친한 친구의 이야기다. ‘지금 자본주의 문명이 끝물에 다다랐고 새로운 문명이 도래할 때가 됐다. 새로운 문명은 시장에서 태어날 것이다’ 라는 이야기다.

시장은 사람들이 정말 필요한 것들을 거래하고 그 과정에서 활기가 생기는 장인 것 같다. 나도 여행을 다닐때 반드시 가고 싶어지는 곳이 시장이더라. 꼭 살 것이 없어도 한번 들러보고 싶은 곳, 가서 뭐라도 마시고 온다던지 한다. 사람들이 기꺼이 모이고 필요한 것들을 거래하고 구하고 하는 곳.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시장에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가 아닐까.

불멍에서도 시장이 열린다. 분명한 컨셉이 있다기보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교환되고 거래될 수 있는 편리한 장을 만든다는 생각이다. 자연스럽게 열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회의에서 칩을 준비했다.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대안화폐, ‘불멍페이’라고 이름지었다. 시장이라고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시장놀이에 가까울 것 같다. 캠프 참가비는 무료지만 계좌는 두둑하게 해서 오세요.

 

Q 사람들이 필요한 것들을 서로 구하고 나누는 장, 돈은 목적이라기보다 감초. 그런 시장이려나.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네. 캠프 '불멍', 자연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시공간을 만들어낼까, 어떤 감각이 일어날까? 해야할 것,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다. 다만 사람들이 있다. 모닥불 주위에 모여서 이야기나누고, 음식을 해서 나눠 먹고, 쉬고 산책하고 때로 노래하고 잠을 잔다. 오래된 미래의 모습일까?

정훈 : 기존에 해야할 일, 정해진 스케쥴 대로 움직이는 생활 속에 살다가, 이렇게 낯선 곳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뭐라하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지내다보면, 처음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참가하고 싶은 것이 생겨나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생겨나는 것 같다. 우리 쪽에서 준비하는 것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면 그곳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것들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처음 표주박시장을 열 때 고민이 있었다. ‘어떤 걸 열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 않더라. ‘활’이라는 친구한테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그저 사람들이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장을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쉽고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놀수 있는 재료를 준비하면 그 속에서 사람들이 노는 거다. 장작을 다 준비해놓는 게 아니라, 일부는 준비하겠지만 사람들이 장작을 손수 가지고 와서 불을 피운다던지. 준비된 장작을 편하게 떼는 게 이 캠프에서 하려는 게 아니다. 그곳의 생활을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누리는, 주객이 따로 없는, 그런 장이 되면 좋겠다.

 A 단디 : 처음에 4월에는 이것저것 준비 계획이 많았다. 그런 게 실제로는 그만큼 진행이 안됐다. 그럴 때 보통의 경우 굉장히 조바심이 나고 걱정이 될 텐데, 혹은 그런 상황이 더 진전되면 다른 사람을 원망하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되지 말자고 했다. 잘 준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캠프에서 즐기는 거다. 우리가 캠프를 준비하는 스텝으로서 이용자에게 이것저것 제공해줘야하는 상황이 되면 괴로워질 것이다. 그럼 이 캠프를 절대 성공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처음엔 공연장으로 쓸 데크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못만들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만들어놓으면 그 자리에 그게 있는 게 당연하게 보이지 않을까. 처음부터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겠지. 그게 아니라, 공연 당일에 사람들이랑 데크부터 같이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쪽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그렇게 전환되고 나니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더라. 지금 상태가 ‘부족하다’라는 생각으로 뭘 자꾸 해야하는 상태로 되지 말자. 갖춰지지 않은 게 많지만, 이 상태에서부터 해결하는 것들을 같이 고민하면서 더 나은 것들로 나아가는 그 과정자체를 사람들과 해보려고 한다.

왜 굳이굳이, 편안한 집 놔두고 이들은 야영을 하려는 걸까? 차로 1시간, 배 타고 1시간 반이나 가야하는 섬까지 들어가서 말이다. 텐트치고 밖에서 불지켜서 음식하고 하는 게 힘들텐데 말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친구들이기에 궁금했다. 그들의 욕구나 바람을 정말 알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었다. 그렇게 인터뷰를 하게 됐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빠져들었다. 어떤 그림도 그려지고. 인터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3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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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말랑2020.05.06 07:12

    그래 너 말 한 번 차~암 잘 했다, 인터뷰하기 참 잘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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